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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동에세이] 노동부 의정부지청의 이상한 법집행 등록일 2023.05.23 17:38
글쓴이 한길 조회 13

심준형 공인노무사(안심노동상담소)


우리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은 사용자가 의뢰한 사건을 대리하지 않는다. 줄곧 노동인권을 침해받는 노동자를 대리하는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보니, 노노모 노무사는 담당하는 사건의 수도 많고 감정 소모도 심하다. 법률기술자가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편에서 신념을 가지고 진심으로 활동하기에, 일을 할 때 감정 소모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일을 하다가 노노모 동료를 만나면 무수한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동지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고용노동부에 대한 넋두리는 빠지지 않는 주제다. 최근에는 노동부의 특정 지청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바로 ‘의정부지청’이다.

나는 최근 의정부지청에서 또다시 한 사건을 당하고(?) 왔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남편의 잦은 근무지 이동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은 드디어 경기도 양주에 정착했고, 지난해 9월 취업에 성공했다. 가족의 축하를 받으며 다시 열심히 사회생활을 시작해 보겠다고 다짐한 그는 재직한 지 3개월이 막 지난 시점에 회사 대표로부터 문자로 해고당했다. 요양병원에 들어가는 할머니를 뵙고 오겠다며 연차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는 친절하게 연차휴가를 썼으니, 앞으로 나오지 말라고 문자를 보냈다.

해고된 그는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대표를 의정부지청에 신고했고, 출석통지를 받은 대표는 그를 수사기관에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올해 1월 대질조사에서 의정부지청 근로감독관 A는 사용자측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라”고 지시했고, 사용자측은 그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한 뒤 미리 작성해 온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본 해고건에 대해 당사자 간 원만히 합의했음을 확약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소 협박을 받은 그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것이라며 서명을 거부했지만, 근로감독관은 확약서 내용을 살펴본 뒤 “단순한 영수증이니 서명해도 된다” “걱정이 되면 밑에 해고예고수당마을 얼마 지급받았다고 쓰면 된다”고 설명했고, 그는 근로감독관 A의 말을 믿고 확약서에 서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는 법무법인을 통해 그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자, 형법상 공갈죄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도 추가로 발송했다. 부제소합의만으로 사건 종결을 원하던 그의 제안을 대표는 단숨에 거절했고, 지방노동위는 올해 1월에 ‘확약서’를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경기도 마을노무사 사업으로 사건을 수임한 나는, 그를 대리해 노동부에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한 대표를 근로기준법 60조5항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노동부 진정사건은 또다시 의정부지청의 근로감독관 A가 담당하게 됐다.

지난달 27일 늦은 오후에 진행된 출석조사는 A의 무성의한 태도로 시작됐다. 제출하려는 증거자료를 받지 않으려 하면서 “안 되는 걸 왜 신고했냐”고 하더니 “이게 왜 근로기준법 위반이냐”며 조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차분히 신고내용을 설명하자, 약 5분 정도를 고민한 근로감독관 A는 “근로관계가 합의로 종료됐는데, 어떻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는 거냐”며 또다시 신고내용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렸다. 설사 올해 1월에 작성한 확약서가 해고에 대한 합의서라고 하더라도, 지난해 12월에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한 위법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반복해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근로감독관이 우리에게 뭘 요구하는 건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사건을 취하하라는 것이다. 의정부지청은 연차휴가를 사용했다가 해고당한 뒤, 근로감독관의 잘못된 설명으로 서명한 확약서로 반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름하고 있는 노동자의 고통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하나라도 일을 덜 하고 싶어하는 무능하고 의지 없는 국가기관과 공무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큰 소리로 항의하자 조사는 황급히 됐다. 근로감독관은 “내가 조사하면 믿지 못할 테니 근로감독관 변경을 신청하라”는 말로 자신의 목표를 끝까지 달성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근로감독관이 의정부지청에 너무나도 많다는 거다. 내가 당한 것도 이번 한 번이 아니고, 다른 노무사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의정부지청의 기관장은 인사말에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썼다. 도대체 어디에서 엄정한 법집행을 느낄 수 있는가. 개별 노동자의 눈물조차 닦아 줄 의지조차 없는 기관에서 어떠한 목표를 제시하더라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허황된 말로도 실속 없는 기관의 본질을 숨길 수 없고, 행동 없이 반복된 구호만으로는 기관의 존재 이유를 다할 수 없다. 의정부지청은 제발 정신차려라.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