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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동소식] 코오롱제약 ‘저성과자 직권면직’ 논란 등록일 2023.05.23 17:39
글쓴이 한길 조회 322

노조 “대상자 선정 불합리, 교육도 없이 해고” … 사측 “개인 인사정보 밝힐 수 없어”


코오롱제약이 매출 저조를 이유로 영업사원을 직권면직했다.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다. 해고된 노동자는 노조 조합원이어서 노조탄압 논란까지 일고 있다.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코오롱제약 영업사원인 A씨는 지난달 13일 직장상사에게 “14일 대기발령 예정”이란 소식을 들었다. 영업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A씨가 대기발령을 받은지 약 일주일만인 22일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직권면직 처분했다. 2007년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15년째 몸담은 직장에서 해고되는 과정은 순식간이었다. 갑작스러운 전개가 황당해 재심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재심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코오롱제약 노사 단체협약 24조에 따르면 징계위원회 징계 결정에 이의가 있을 때 이의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사위원회에서 내린 직권면직 처분은 징계가 아니니 해당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직권면직은 회사 취업규칙과 노사 단체협약 어디에도 없는 인사처분으로 기준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역량강화프로그램
올해 7월 한 명 해고

코오롱제약의 행보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기준법 23조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한국조선해양㈜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저성과에 따른 일반해고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해고의 사유가 된 성과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회사가 저성과자에 업무수행능력 개선 기회를 부여했는데도 향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해고가 가능하다고 봤다.

코오롱제약도 노동자 매출액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역량강화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구색을 갖췄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이런 해고 사유를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민주제약노조 코오롱제약지부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직무역량강화 대상자로 선정된 A씨는 9차례 걸쳐 ‘역량강화프로그램’이란 명목으로 부서장과 면담했지만 업무 개선을 위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 A씨는 “역량강화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 면담하는 게 있었는데, 면담 때는 전월에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다음달에는 어떤 계획으로 성과를 낼지 이야기하고 사인하고 했다”고 전했다. 면담 과정에서 신규거래처를 뚫은 것에 대해 상사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정태권 민주제약노조 정책실장은 “회사는 통상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인데, 현대중공업 판례는 교육프로그램을 1년 이상 수료시킨 뒤에도 직무에 적응하지 못해 통상해고를 시킨 것”이라며 “A씨건의 경우 단순히 사업부장과 면담을 했을 뿐 회사가 A씨의 직무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직권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적인 징계해고 법리를 면탈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에는 근기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해고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무역량강화 대상자 선정기준도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부는 “회사는 지난해 말 ‘직무역량강화 대상자 선정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정량적인 매출액만 기준으로 해당 조합원을 저성과자로 지정하고 면담을 실시했다”며 “저성과자 선정 기준 변경은 노조는 물론 노사협의회, 직원 간에 널리 인식되도록 고지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매출액 기준 평가는 애초 A씨에게 불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A씨는 “대학병원 영업을 계속 하다가 의원사업부로 온 지 1년 반 정도 됐다”며 “대구 중구와 경북 안동의 소규모 의원 영업을 주로 담당했는데 매출액이 1천만원 수준밖에 안 돼 (직원들) 기피지역이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영업범위가 협소해 회사가 정한 매출액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자 올해 4월에는 A씨의 영업 담당 구역을 영주·봉화·군위·의성 등으로 넓혔다. A씨는 “그 지역을 줄 때는 6개월에서 1년간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3개월 만에 실적이 나올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파업 앞둔 코오롱제약지부
“노조활동 위축시키려는 것”


회사가 저성과자를 선정해 해고한 것은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코오롱제약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11차례에 걸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7월18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지부는 파업을 준비 중이다.

노조는 “회사에 저성과자로 찍혀 성과개발계획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진행한 조합원이 7~8명 정도 된다”며 “노조가 쟁의하려고 하니 조합 자체를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코오롱제약쪽은 “개인 인사에 관한 사안은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