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범죄 피해 유족들은 가해자 위주의 서사가 주목받는 데 반대하며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씨 어머니는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범죄 피해로 생계가 중단되고 수천만원의 병원비를 내야할 처지인데, 정부는 일부 병원비와 긴급생계비 100만원만 지원한다”며 “‘살인자’일 뿐인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관심을 갖고 함께 제도 개선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희남씨 유족들도 지난 11일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단순 차 사고가 아니라 테러다.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건 정말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에도 범죄 피해자 유족들이 피해자를 언론에 공개하는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강력범죄 피해자 유족들은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노출을 꺼려왔었다. 이용우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이사장은 “범죄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게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피해 사실 자체를 외부에 알리기를 꺼리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씨 어머니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사건이 묻힐 수 있어 신상 공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악성 댓글이나 2차 피해를 감수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신상이 공개된 직후 김씨가 생전 다녔던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와 서현동 지역 주민들은 유족 동의를 받고 전날부터 ‘서현역 사건 피해자분들과 유사 범죄피해자분들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흉악범에 대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적용, 이번 사건 관련 지자체 차원에서 조속한 지원책 마련, 범죄피해자보호법에서 규정한 ‘중복 지급 금지 원칙’ 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런 변화는 세월호·이태원 참사와 ‘윤창호법’, ‘민식이법’ 등 법 제정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피해자들의 사연이 소개되며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고, 피해자 지원책 및 제도개선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조명되는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언론에서 피해자들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애도 분위기가 형성되고 참사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이를 통해 유족들이 죽음이 발생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알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피해자 공개 이후 우리 사회가 죽음의 의미를 잘 함께 생각하고 다시 재발하지 않을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려 노력한다면 유족이 받은 상처에 대한 치유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출처 : https://v.daum.net/v/20230901050606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