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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리랜서로 뽑고 ‘파견직’ 일하라? 법원 “위법” 등록일 2023.05.12 11:57
글쓴이 한길 조회 203

법원 “해당 방송사, 근로조건 위반 해당” … 외신번역 노동자 채용 이후 고용형태 변경

방송사가 외신번역 프리랜서를 고용하면서 채용공고와 다르게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도록 요구한 것은 위법이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을 변경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경인지역의 한 지상파방송사 전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의 근로조건 위반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파견계약직·개인사업자 선택” 통보
‘고용 철회’ 으름장, 한 달 만에 퇴사
해당 방송사는 지난해 7월께 ‘외신모니터링 스크립터’ 모집공고를 냈다. 프리랜서로 주 5일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보도국 팀장 B씨는 면접을 보며 업무종료시간을 오후 9시가 아닌 오후 10시라고 정정했다.

A씨는 면접 당일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A씨가 업무종료시간이 오후 10시는 너무 늦다며 조정을 요구하자 회사는 오후 9시30분~오후 10시 사이에 유연근무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A씨가 출근하자 갑자기 근무형태가 바뀌었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B씨는 “회사 정책이 바뀌어서 파견계약직 또는 개인사업자로만 계약을 할 수 있다”며 둘 중에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채용공고와 달라 생각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B씨는 “집에 가서 2~3일 정도 생각해 보라”며 “(파견계약과 관련해) 거래 회사에 우리가 뽑은 사람이 있으니 채용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적당한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프리랜서·파견계약·개인사업자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후 파견계약을 수용한 A씨는 입사 당일부터 근무를 시작하면서 B씨에게 파견계약의 세전 급여 등을 문의했다. 하지만 파견회사 계약조건이 다르다고 여겨 한 달여 만인 그해 9월3일 퇴사했다.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채 사업소득세율 3.3% 상당의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받았다.

A씨는 회사가 채용공고의 근로조건을 위반했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손해배상 청구를 신청했다. 심문회의에서 그는 “프리랜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사업소득세율 3.3%가 원천징수된 급여를 받는 자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방송국 프리랜서는 출퇴근하므로 사실상 겸업이 어렵다”고 진술했다.

반면 사측은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하는 것은 탈법적인 요소가 있어 정상으로 바로잡으려면 파견직으로 해야 해서 2021년 8월1일자로 회사 정책이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경기지노위는 “근로계약 체결시 명시한 근로조건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중노위도 초심 판정을 유지하자 A씨는 지난 3월 소송을 냈다.

법원 “일방적 변경 근로조건 강제” 위법
업무종료시각 변경 “임의 결정 아냐”

법원은 중노위 판단을 뒤집었다. 먼저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해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파견계약직’ 요구는 근로조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합의된 고용형태와 다른 고용형태를 선택하도록 요구한 것은 근로자의 지위 및 고용의 법적 성질 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중요한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로 고지한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한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사측이 변경된 고용형태 조건을 A씨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고용을 철회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무종료시각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변경한 부분은 근로계약 사항을 위반해 임의로 업무종료시각을 변경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2022년9월28일 수요일 10면발췌

홍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