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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장근로 총량관리하면 실노동시간 줄어든다? 등록일 2023.05.12 11:46
글쓴이 한길 조회 214


주 69시간, 11시간 휴식권 없는 주 64시간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른바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국제기준에서 역행 내지 퇴행한 것”이라며 비판에 동참했다. 정부는 막무가내다.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총량관리가 현행 연장근로 주 12시간 상한보다 실근로시간 단축에 유리하다”는 주장을 폈다. 하루 11.5시간씩 주 7일 근무가 가능해진다(주 80.5시간)는 주장에는 ‘극단 논리’라며 반박했다. 전 산업에 ‘크런치 모드’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노동계 안팎의 우려가 과연 정부 주장처럼 ‘극단 논리’일까?

권기섭 차관 “80.5시간 근무는 극단적 논리”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근로시간 개편안은 실근로시간 단축에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자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선 것이다. 권 차관은 “매주 단위로 규제하는 방식이 세상에 거의 없다”며 “매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지키라고 하는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개편안이 주 52시간제가 지향하는 바를 깨는 것이 아니라 실근로시간 단축이 목표”라며 “주 평균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실근로시간 단축에도 훨씬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 연간 2천700시간에 넘었던 우리나라 실근로시간은 1989년 법정근로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했을 때와 2004년 주 40시간으로 개정해 주 5일제가 안착했을 때 극적인 변화를 보인다. 주 68시간 근무가 가능했던 것을 주 52시간 상한을 두도록 개편한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실근로시간은 2시간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최대근로시간을 줄여서 실근로시간을 단축해 왔다.

정부가 이번 노동시간 개편안이 실근로시간 단축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연장근로를 관리단위에 비례해 축소하도록 한 정책 때문이다. 연장근로 한도를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간 단위로 확대하면 총량을 70~90% 줄이도록 했다. 분기는 140시간, 반기는 250시간, 연간은 440시간으로 연장근로 총량 감축을 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특정한 기간에 몰아쳐서 압축노동을 해 과로사로 이어질 수 있다. 2004년 40시간제로 전환했을 당시 법정근로시간이 1시간 감소하면 산업재해 발생률은 8%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ILO “최대노동시간은 제한, 최소노동시간은 보장”

글로벌 스탠더드도 압축노동을 권장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일의 미래 보고서에서 노동시간 자율성(시간주권) 확대를 권고하며 “노동시간 유연성과 통제를 위한 진정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생산성 개선 조치와 함께 최대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최소노동시간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노동시간 한도 제한을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해외 근로시간 제도 관련 입법조사회답’에서 11개국(독일·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포르투갈·핀란드·캐나다·일본·대만·싱가포르·중국)의 근로시간 법제를 조사한 결과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 또는 44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연장근로시간 제도는 다양하고, 일·주·월·연간 근로시간을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1일 8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1주 단위 법정근로시간은 없고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노사에 맡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독일 노사도 자율적으로 연장근로를 선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2021년 기준 독일 연간 근로시간은 1천349시간으로 우리나라(1천928시간)보다 579시간 적다. 오스트리아도 연장근로를 1일 12시간, 1주 최장 60시간으로 제한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23년 3월10일 금요일 2면 발췌

김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