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1년차 신혼 부부인 최지현(28) 씨는 올해 준비중이었던 출산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직장 내 출산휴가자가 극소수고, 아이를 낳기 위해 직장을 떠나있는 사이 본인의 일을 누군가 대신 해야 하기에 미안함과 동시에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이 커 출산을 망설이게 된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최근 아빠가 된 왕현석(33) 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였던 그는 홀로 육아를 도맡고 있는 아내에 보탬이 되고자 회사에 육아휴직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핀잔뿐이었다.
왕 씨는 "상사에게 육아휴직을 희망한다고 하니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어디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며 "그런 인식을 가진 회사에 계속 다닐 바엔 아내와 아이가 더 중요했기에 퇴사를 선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부는 초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도록 돕는 일·가정 양립 제도 확충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 등 현장에서는 직장 분위기와 성별 등을 이유로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전국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2022년 기준)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전국 근로자 중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2%였다.
충남과 충북의 경우 83.6%, 74.5%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답해 전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대전의 경우 67.5%로 전국 평균치를 밑돌았다.
이들은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을 꼽았다.
각 지역별로 대전 71.4%, 충북 51.4%, 충남 51.0%였다.
이 밖에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 (대전 20.2%, 충북 16.7%, 충남 16.8%)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대전 8.4%, 충북 27.4%, 충남 28.2%)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대전 0%, 충북 4.5%, 충남 4%) 등이 있었다.
육아휴직 현황은 더욱 저조한 수준이다.
대전지역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대답은 43.4%로, 전국 평균인 52.5%를 밑돌았다. 충남과 충북은 각각 59.4%, 53.1%로 집계됐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제도 활용을 저해하는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부부가 공동으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3만 5336명으로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12만 6008명) 중 28%에 불과했다.
이렇듯 정부의 노력과 별개로 기업 내 상황과 분위기는 제도가 활용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로 작용한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위에서 동료들이 제도 활용하는 것에 있어 눈치를 주는 등의 심리적인 허들은 제도 활용을 저해하는 원인"이라며 "기업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심리적인 허들을 낮춰주는 환경과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충청투데이(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5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