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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탈금지 각서에 노조가입시 비자취소, 조선업 이주노동자 ‘수난’ 등록일 2024.01.19 09:23
글쓴이 한길 조회 186

금속노조 실태조사 보고서 … 저임금·장시간노동에 산재 위험까지


“‘한국에 가서 불법체류 안 한다’는 서류에 서명했어요. 계약기간대로 일하지 않고 이탈하면 한국 돈으로 2천만원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이주노동자 A씨)

“에이전시(인력송출업체)에서 ‘한국 가면 노조 그런 거 하지마’라고 했어요. 우리가 여기 한국에 와서 노조 가면 한국 사장님들이 신고하고 비자를 취소할 거예요. 그렇게 하면 우리는 돈을 벌 수가 없어요.” (이주노동자 B씨)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로 입국해 조선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취업 과정에서 각종 불합리한 요구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어렵게 한국에 들어와 조선소에서 일해도 막상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산재 위협에도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 대책으로 대규모 외국인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없이는 인력 이탈을 더 부추기고 저임금 구조만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균시급 9천680원, 최저임금과 60원 차이
10명 중 3명 “한 달에 3번 쉰다”

12일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금속노조의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선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5월부터 7월까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한화오션에서 일한 이주노동자 4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응답자 국적은 네팔·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 10개국이다. 체류자격은 E9 비자가 62.8%, E-7-3 비자가 25.6%였다. 한국 최초 입국시기는 1년 미만인 경우가 52%로 과반을 차지했다. 4개 조선소에서 일하는 18명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조사도 포함됐다.

응답자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7-3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국민총소득(GNI) 70%(지난해 기준 246만1천840원) 또는 80%(281만3천530원)를 지급받아야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 85.9%가 임금을 시급제로 받았는데 평균시급은 9천680원(월 202만3천12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9천620원)과 60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구간별로 보면 최저임금 9천620원을 받는 경우가 77.1%로 가장 많았다. ‘9천630원에서 1만원’을 받는 경우는 20.3%였고, ‘1만원에서 1만1천200원’을 받는 경우는 2.2%에 그쳤다. 지난 1년간 임금체불을 겪었는지 물었을 때 “있다”고 답한 경우는 2.9%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며 휴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경우가 45.2%로 절반 수준이었다. ‘8시간30분~9시간’이 34.1%, ‘9시간30분~12시간‘이 11.1%이었다. 일주일 평균 잔업은 ‘4회 이상’이 49.1%로 가장 많았고, ‘2회 이상~4회 미만’인 경우가 35.6%로 뒤를 이었다. 한 달 동안 ‘3일 이하’를 쉬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31.3%나 됐다.

4명 중 1명 작업 중 부상 경험
“다단계 하청구조 고착화 우려”

응답자 4명 중 1명은 작업 도중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 1년간 조선소에서 작업 중 다친 경우는 26.7%, 작업으로 인한 질병은 얻은 경우는 24.7%로 조사됐다.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복수응답)에 대해 ‘위험한 작업환경’을 꼽은 응답자가 44.3%로 가장 많았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위험한 작업환경은 이주노동자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응답자 63.7%가 ‘조선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아서’가 67.2%로 가장 많았다.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 해소 대책으로 이주노동자 대규모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 노동조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제도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하면 다단계 하청구조와 숙련인력 이탈 또한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