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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대재해처벌법 3년 ⓛ] <단독> 스러진 101명, 사업주 실형은 ‘단 5건’ 등록일 2025.01.22 16:54
글쓴이 한길 조회 160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을 맞았다. 2022년 1월27일 이후 기소된 사건 기준으로 노동자 101명이 스러졌다. 무려 23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아리셀 화재 참사까지 이어졌다.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목적으로 정해진 법률이 법원에선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진단이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는 검찰 기소와 재판 현황을 분석해 사법기관 법 적용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현재까지 기소·선고된 기업의 실명을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모두 공개한다. <편집자>

중대재해로 재판에 넘겨진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약 14.3%(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전체 수사대상(866건)으로 넓히면 0.5%의 경영책임자만 처벌을 받았다. 법원의 심리 기간은 평균 10개월이 걸려 수사와 기소, 재판까지 ‘늑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유 26건 최다, 벌금·무죄도 2건
법정형 하한선 이하가 88%

<매일노동뉴스>가 2022년 1월27일부터 현재까지 선고된 판결문 3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5건(14.3%)으로 21일 확인됐다. 2호 선고인 한국제강 대표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고, △15호 엠텍(징역 2년) △20호 삼강에스앤씨(징역 2년) △28호 바론건설(징역 2년) △34호 신성산업(징역 1년6개월) 등 4곳의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징역 2년이 선고된 사업주도 3명에 달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26건(74.2%)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벌금형(2건·6%)까지 포함하면 유죄 비율은 94.3%(33건)에 달했고, 무죄는 2건(26호 지디종합건설·32호 평화오일씰공업)이었다.

사업주 선고형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행유예’ 선고 경향이 뚜렷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업주가 12명(34.3%)으로 가장 많았다. 2022년 10월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기소된 강동석 전 SPL 대표도 이날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업주 3명은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과 무죄가 선고된 사업주는 각각 2명이었다. 벌금 3천만원과 벌금 5천만원이 선고된 사업주는 각 1명으로 파악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고형량(31건·88.6%)은 법정형의 하한선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 편집 김효정 기자

법인 벌금 최대 50억원인데, 1억원 이하가 88.5%

양벌규정으로 벌금형이 부과되는 ‘법인’에 대한 선고형량도 법정형 상한선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그런데 5천만원과 8천만원의 벌금이 선고된 법인은 각 10곳에 달했다. 전체 선고의 절반(57.1%)을 넘는다.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은 법인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31곳(88.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무죄가 선고된 법인도 1곳(평화오일씰공업)이 나왔다. 반면 ‘삼강에스앤씨’ 법인은 지난해 8월 법 시행 이후 최고형인 20억원을 선고받아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전체 선고의 대부분(1억원 이하)은 법정형 상한선(50억원)의 단 2%에 머물렀다. 사업주와 법인에 대한 선고형량이 법정형에 훨씬 미치지 못한 셈이다.


▲ 편집 김효정 기자
1·2심에서 확정된 선고만 전체 43%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1심이 그대로 확정된 사건은 전체 선고 중 10건에 달했다. 전체 선고(35건)의 28.6%다. 온유파트너스(1호)·제동종합건설(7호)·삼성포장(13호)·성지종합건설(16호)·상운건설(17호)·태성종합건설(19호)·상현종합건설(21호)·에스와이(25호)·신일정공(27호)·뉴보텍(30호)이다. 모두 원청 사업주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법인은 1억원 미만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2심에서 확정된 사건도 5건(8호 두성산업·10호 만덕건설·11호 제효·6호 국제경보산업·9호 정안철강)으로 확인됐다. 3건은 검찰 항소가 기각됐고, 나머지 2건은 쌍방이 항소했지만 법원은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사업주는 전부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에 머물렀다. 법인 역시 1억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 15일과 17일 각각 선고된 홍성건설(10호)과 시너지건설(3호) 사건은 상고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과 피고인이 상고를 포기한다면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1억원 이하의 벌금’ 확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하게 상고심까지 진행된 ‘한국제강’ 사건은 2023년 4월 1심 선고를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대법원에서 원청 대표 징역 1년, 법인 벌금 1억원이 확정됐다. 나머지 17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2심에서 확정된 선고 비율만 전체 선고의 절반(42.9%) 가까이 된다. 이러한 결과의 배경에는 검찰이 항소와 상고를 하지 않은 것이 작용했다. 검찰과 피고인이 단독으로 항소한 사건은 각각 4건, 쌍방이 항소한 사건은 14건이었다. 검찰이 상고한 사건은 1건에 머물렀다.


▲ 편집 김효정 기자

▲ 편집 김효정 기자
심리기간 짧을수록 집유 혹은 1심 확정

법원의 ‘심리 기간’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통상 심리기간이 짧을수록 집행유예로 끝나거나 1심이 확정된 경우가 많았다. 검찰 기소부터 최종심 또는 하급심 선고까지 심리 기간은 평균 10개월이 걸렸다.

최대 심리 사건은 지난해 12월 원청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모두 무죄가 선고된 ‘평화오일씰공업’ 사건으로 1심만 2년에 근접한 23개월이 걸렸다. 평화오일씰공업 대표이사는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압축 성형기에서 튕긴 플라스틱 공구(수공구)에 머리를 부딪혀 숨진 사고로 2023년 2월 기소됐다. 법무법인 율촌이 변호하며 유무죄를 다퉈 증인신문 등 변론기일만 14차례 열렸다.

1심의 최소 심리기간은 불과 3개월 만에 선고된 ‘신일정공(27호)’ 사건이다. 법원은 사업주에게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법인에는 벌금 8천만원을 선고했고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인들이 변론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심에서 가장 오래 걸린 사건은 지난 17일 선고된 ‘시너지건설(3호)’로, 선고까지 무려 19개월이 소요됐다. 기소일(2022년 12월)로부터 2심 선고까지 2년 넘게 걸린 셈이다. 검찰과 피고인이 쌍방항소했으나 2심 첫 공판기일이 1년이 지난 지난해 7월 열리면서 2심 재판이 늘어졌다. 1·2심 합쳐 가장 심리 기간이 길었던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소 사건인 ‘두성산업’이다. 1심이 17개월, 2심이 11개월을 심리해 2심 확정까지 총 28개월이 걸렸다.

검찰 ‘공소 유지’ 의지 의문, 법조계 “사법부 안일”

법원 판결 흐름을 보면 △장기간 심리 △법정형보다 낮은 선고형량 △검찰의 상소 포기로 압축된다. 이러한 경향성은 노동자 산재사고에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가 없다.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2020년 1월16일 시행된 이후 적용된 사건 중 책임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약 2%(723명 중 15명·2020~2021년 8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1심 판결 기준)였다.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기준이 없지만, 경영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미약한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공소 유지’ 의지도 도마 위에 오른다.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여부를 기준으로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그간의 검찰 태도와 상반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검찰청은 2022년 1월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서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여부를 기준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는 사법부의 안일한 인식이 ‘솜방망이’ 처벌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같은 사업장에서 사고가 반복돼 안전보건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확인되는데도 집행유예 선고가 계속되는 것은 의무 위반의 심각성에 관해 사법부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인 벌금형에 대해서도 손 변호사는 “사망사고의 경우 상한이 50억원 이하임을 고려하면 선고 액수가 지나치게 낮다”며 “양형기준을 현실화해서 불법의 크기에 맞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집 김효정 기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