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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퇴직금 안 주려고? 문화재 안전경비원 2명 중 1명 ‘쪼개기 계약 등록일 2024.03.28 16:51
글쓴이 한길 조회 376

류호정 의원, 지자체 채용공고문 전수조사 ... 안전교육·직무교육도 ‘미흡'


문화재 방재시설 운영·유지관리 업무를 하는 ‘문화재 안전경비원’을 채용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쪼개기 계약’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 안전경비원 채용공고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 가량이 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명시한 것이다. 안전교육과 직무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문화재청 주관으로 문화재 안전경비인력 배치사업이 매년 시행되고 있다. 전국 189곳에서 640여명이 일한다. 법·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안전경비원 노동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문화재청 차원에서 철저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에 따라 조기종료·근무태도에 따라 연장가능?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지자체 안전경비원 채용공고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84개 중 39개(46.4%)가 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하는 ‘쪼개기 계약’으로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상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경비원 근무기간을 10~11개월로 한정해 퇴직금 지급 기준을 피하는 꼼수가 상당수 확인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구시 달성군은 채용공고에서 계약기간을 6개월로 명시하고 상·하반기 중 근무를 택하도록 했다. 울산시 울주군은 2개월짜리 채용공고를 올리며 “근무태도에 따라 6개월 연장 가능”이라고 명시했다.

강릉시의 경우 11개월 ‘꼼수’ 채용뿐만 아니라 예산에 따라 조기에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강릉시 안전경비원 채용공고를 보면 계약기간은 ‘2023년 1월26일부터 12월31일까지’이고, “예산 운용범위 내 조기종료 가능”이라고 공지했다. 기간제 노동자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쪼개기 계약’은 문화재청 ‘문화재 안전경비원 배치사업 지침’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해당 지침에는 근로계약시 “지자체 상황에 맞춰서 안전경비원 계약기간을 결정하되 1년 이상 계약해 퇴직금 발생시 퇴직급여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류호정 의원은 “지침에는 ‘1년 이상 계약해 퇴직금 발생 시 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쪼개기 꼼수 채용’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며 “최소한 1년 이상 계약을 보장하도록 문화재청에서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와 무관한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신원진술서·이력서를 제출하도록 한 점도 문제다. 류호정 의원실이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84개 중 19개(22.6%) 채용공고문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견됐다.

경북 울릉군의 경우 신원진술서에 가족관계(이름·생년월일), 병역 미필사유, 정당·사회단체 경력을 기입하도록 했다. 경남 하동군도 신원진술서에 신체조건(키·체중·시력)과 종교 등을 적도록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년 전인 2003년 교육부(당시 교육인전자원부)에 교원기록에서 호주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구체적인 재산정보, 정당·사회단체 정보 등을 기재하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 개정을 권고해 관련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안전교육 미실시 이유 “관계법령 몰라서”

안전경비원에 대한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재청이 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문화재 안전경비원 산업안전보건교육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189곳 중 60곳이 1번 이상 관련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해야 하고, 동법 시행규칙 별표 4에 따라 정기교육(매반기 6시간 이상)과 채용시 교육(8시간 이상)을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안전교육 미실시 사유에 대해서는 전부 “관련법령 숙지 미흡”이라고 답변했다.

직무교육도 미흡했다. 문화재청 지침상 지자체는 안전경비원 채용 후 3개월 이내 연 1회 이상 직무교육을 해야 한다. 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기준 189곳 중 22곳이 직무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안전경비원 대부분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휴게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기준 문화재 안전경비원 637명 중 546명(85.7%)이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근로시간 및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류 의원은 “안전경비원 대부분 고령자이고, 주야 맞교대를 하는 데다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직”이라며 “안전경비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온전히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