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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직조건 상여금=통상임금’ 대법원 전합 영향 ‘벌써 6건’ 등록일 2025.01.31 14:25
글쓴이 한길 조회 139
통상임금 요건인 ‘고정성’을 폐기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통상임금 쟁점이 첨예했던 특수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 사건에서 소송 제기 약 10년 만에 재직자 요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됐다. 지난해 12월19일 전원합의체 판결 후 현재까지 상고심 6건이 영향을 받았다.

재직조건 유효하지만 ‘대가성·정기성·일률성’ 인정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3일 오전 세아베스틸 전·현직 직원 A씨 등 1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세아베스틸 소송은 애초 전원합의체 심리가 논의될 만큼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됐던 사건이다. 세아베스틸 노동자 12명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지난 2015년 10월 소송을 냈다. 세아베스틸은 지급일 기준 재직한 직원에 한해 연간 800%의 상여금(짝수달에 100%, 4월에 200%, 7월에 100%)을 지급했다.

1심은 상여금의 ‘대가성’과 ‘고정성’이 없다고 보고 통상임금성을 부정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2018년 12월 재직조건을 무효로 판단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부가해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사 모두 2019년 1월 상고했고, 대법원은 심리 6년 만에 재직조건을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쟁점은 △재직조건 부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 △근무일수 조건부 통상임금 여부 △일급제 근로자의 주휴수당 차액 청구 여부로 나뉘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연간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성·정기성·일률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주휴수당은 상여금서 제외, 차액 청구 다시 심리

이러한 판단에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가 작용했다. 전원합의체는 노동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조건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11년 만에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재직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만 전원합의체가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므로, 세아베스틸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유효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퇴직 시기를 선택해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여지를 허용하고 노사 간에 미지급 내지 초과 지급된 부분을 상호 정산하지 않기로 한 재직조건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퇴직자들은 퇴직시 받지 못한 정기상여금은 청구할 수 없는 셈이다.

‘월 15일 이상 근무조건’에 대해선 이날 대법원은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는 사업장에서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통상임금에 충족할 조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장애인수당’은 장애인수첩 소지자에 한해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소정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휴수당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도 주목됐다. 월급제와 달리 시급·일급제 노동자는 통상 고정수당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지 않아 주휴수당을 포함한 상여금을 기준으로 금액을 책정해야 하는지로 법리 다툼이 일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는 정기상여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지급된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며 “일급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여금에서 제외한 주휴수당을 기준으로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합 후속 판결 6건 ‘재직조건 효력’ 기준 마련

이날 세아베스틸 사건 외에도 △기술보증기금(995명 2014년 6월 소송 제기) △안전보건공단(1천109명 2016년 9월 소송 제기) △케이조선(1천77명 2013년 8월 소송 제기) 등 3건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판단이 나왔다. 약 9~12년 만에 대법원 결론이 났다.

‘기술보증기금’과 ‘안전보건공단’ 사건은 1심에서 재직조건 상여금에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보고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2심에서 재직조건을 무효로 판단하며 뒤집혔고, 대법원은 재직조건 무효 판단은 잘못됐지만 통상임금성은 인정했다. ‘케이조선’ 사건의 경우 1·2심 모두 고정성이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이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며 파기했다.

지난 9일에도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인지컨트롤스’와 ‘IBK기업은행’ 소송에서도 고정성 법리가 제외되며 노동자들이 승소했다. 인지컨트롤스 사건은 1심에서 재직조건 상여금의 고정성을 부인했지만 2심에서 뒤집혔고 대법원도 원심 결론을 수긍했다. 반면 기업은행 사건은 1심과 달리 2심이 재직조건 상여금이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으나 대법원이 파기환송 했다.

앞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를 인용한 판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아베스틸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는 “대법원은 중간에 퇴직했다고 해서 일한 만큼의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무효라는 원심 판단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고정성 요건이 없어졌기 때문에 통상임금성이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보증기금과 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을 대리한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대법원 판결은 원심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지표로 보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나 결론은 정당하다고 봤다”며 “강행적 개념인 통상임금의 범위를 사용자가 임의로 부당하게 축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세아베스틸 선고와 관련해 대법원이 재직조건을 유효로 판단한 부분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정승균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원심은 기본급의 80%에 이르는 월할 정기상여금에 재직조건을 둔 것이 ‘이미 발생한 후불임금 성격의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아 경제적 구속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의 금지 등 법령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고 무효에 해당한다고 봤다”며 “그런데 대법원이 재직조건을 유효로 판단한 부분은 너무 쉽게 뒤집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