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의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23년 10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건 2심에서 복지포인트는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처음으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이 유사한 쟁점 사건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판단이라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선택적 복지포인트’ 과세 여부 쟁점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바스프가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경정청구 거부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4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같은날 한화그룹 계열사(한화시스템·한화임팩트·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기한 조세소송도 한국바스프 사건과 같은 취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6일에도 한화손해사정이 낸 근로소득세경정청구 거부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유사한 쟁점 사건 4건 중 3건에 대해 대법원이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급심에서 엇갈리게 판단했던 한국바스프 사건(1심 원고 패소·원고 승소)마저 대법원이 과세대상이라고 최종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복지포인트가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2019년 8월 서울의료원 사건에서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자, 이미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납부했던 기업들이 “소득세액을 환급해 달라”는 취지로 줄소송을 제기했다.
한국바스프도 2022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바스프는 선택적 복지제도를 실시하면서 매년 2회씩 임직원들에게 복지포인트를 배정했다. 직원들은 제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 등을 구매하면서 복지포인트를 사용하거나, 연동된 신용카드를 이용한 다음 사용포인트에 해당하는 돈을 환급받았다.
엇갈린 하급심, 대법원은 ‘근로소득’ 명시
회사는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라고 보고 2015년 귀속 근로소득세를 납부했지만,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인 2021년 3월 7천283만원의 근로소득세 차액을 돌려달라며 세무당국에 경정청구를 했다. 국세청은 근로소득 과세가 적법하다며 회사 청구를 거부했고, 사측은 소송을 냈다.
1심은 복지포인트를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으로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복지포인트 성격은 ‘근로복지’에 해당할 뿐 임금·근로시간 등을 정한 ‘근로조건’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각종 복지수당과는 구분되는 새롭게 도입된 기업복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복지포인트 배정이 근로소득의 기준이 되는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는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임직원들이 제공한 근로와 일정한 상관관계 또는 경제적 합리성에 기한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급여에 해당한다”며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건강관리·자기계발 등 사용용도가 제한된 점 △정해진 사용기간과 용도 내에서는 복지포인트를 사용해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점 등을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았다. 직원들이 복지포인트를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복지포인트를 복리후생적 성격으로 본 2심 판단과 배치된다.
상고심 계류 코레일 사건 영향 주목 법조계 “임금성 부정한 판례와 배치”
대법원이 민간기업의 복지포인트 과세 적정성을 인정한 만큼 상고심 심리 중인 ‘코레일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대전고법은 2023년 11월 1심을 뒤집고 처음으로 복지포인트를 비과세 성격으로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근로조건 중 ‘후생’은 근로복지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본지 2023년 11월20일자 “[단독] 법원 “복지포인트에 근로소득세 못 뗀다” 첫 판결” 참조>
그러나 복지포인트에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심리 중인 코레일 등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전반에 실질 조세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에도 그동안 과세대상에는 포함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선택적 복지제도에 기초한 복지포인트가 옛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이 명확한 근거 없이 배척했다”며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한 기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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