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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섭하는 척’만 3년, “코스트코 부당노동행위” 판정 등록일 2024.11.27 16:29
글쓴이 한길 조회 12

코스트코코리아 사측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노조와 처음 교섭을 시작한 지 3년 동안 사측이 형식적으로 교섭에 나서면서 교섭을 해태했다는 것이 노동위 판단이다. 사용자가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등이 아닌 교섭해태를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 김동호씨 사건, 교섭 재개 기폭제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가 지난 1월 코스트코코리아 사측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최근 인용하고 코스트코 사측에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주문했다.

 

마트노조는 지난 2020년 8월 코스트코지회를 만들어 2021년 2월부터 사쪽과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4월 노조는 사측의 교섭해태를 이유로 경기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이 사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자, 기본협약을 맺기로 약속했고,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이후 노사는 교섭 주기와 교섭위원 유급교섭 보장 같은 기본협약은 체결했다. 이어 2021년 9월까지 12차례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 교섭은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교섭이 재개된 건 2년 뒤였다.

 

배준경 마트노조 조직국장은 “사쪽이 교섭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지회 내부에서 쟁의행위로 항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노조 선전활동에 대해 사측의 방해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정리업무를 하다 고 김동호(31)씨가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안팎에서 단체교섭 재개와 체결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폭염주의보 속에서 제대로 된 휴식과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지 못해 숨진 김씨 사건이 기폭제가 되면서 2023년 9월 13차 교섭이 재개됐고 올해 2월까지 21차 교섭까지 진행됐다.

 

코스트코지회는 수차례에 걸쳐 교섭에서 수정안을 제시했다. 성과급이나 근속수당 같은 복지 요구도 양보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가 적극적으로 임금·단체교섭을 하면서 노동조건을 개선해 오고 있는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홈플러스 사측과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최근 맺은 2024년 임금·단체협약에서 임금을 총액 3.3% 인상하고 병가제도를 확대하며 조리직원의 저선량 폐 전산화단층촬영(CT)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스트코는 달랐다. 교섭 차수가 늘어나면서 노조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는 것과 달리 사측은 “내부 검토 중”이라거나 “어렵다” “추후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내놓으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가장 기본적인 ‘노조할 권리’, 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에 대해서도 코스트코는 노동부 고시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따르지 않았다. 노동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정하되 조합원수에 따라 정할 수 있는 최소·최대시간을 고시하고 있다. 코스트코지회는 조합원이 500명 이상으로 최대 6천시간 이내를 부여받을 수 있다. 노조는 이에 따라 연간 5천시간의 타임오프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10명의 간부에 대해 연간 80시간만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쟁점에서도 사측은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동호씨 사망 뒤에도 코스트코는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노조는 현장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노조는 △휴게실에 휴게의자를 비치할 것 △계산대에 등받이 의자를 둘 것 △주차장 노동자 혹한기 보호조치를 마련할 것 등을 요구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사측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지노위 “노조 요구안 합리적, 성실교섭하라”

 

경기지노위는 코스트코코리아 사측을 질책했다. 경기지노위는 “이 사건 사용자는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로 단체교섭에 임할 뿐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의를 가지고 성실히 교섭에 임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성실교섭을 촉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인 근로시간면제 여부 및 범위, 조합원 가입 범위, 휴게실 및 휴게의자 비치 등 산업안전보건 내용 등과 관련된 노조 요구 수준도 노동관계법이 허용하는 범위에 있는 것으로 경기지노위는 확인했다. 경기지노위는 “노조 측의 요구안이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등을 벗어난, 과도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로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코스트코 노사가 교섭 시작한 지가 수년 째인데 단체협약 체결이 안 됐다. 처음 교섭 주기나 교섭위원을 정하는 기본협약 체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교섭해태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인정은 쉽지 않은데 경기지노위도 노조 요구가 무리하지 않고 사측이 교섭 양태만 취하는 것을 인정했다”며 “이후 교섭해태가 계속되면 노조가 사측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최근 경기지노위의 부당노동행위 판정 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과 안양지청장은 노조와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를 각각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단협체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배준경 노조 조직국장은 “노조는 안전문제 만큼은 단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경기지노위 주문을 따르지 않으면 지난해에 이어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조 대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국장은 “최근 노동부와의 면담에서 조 대표가 단협 체결 의지를 보인 만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야 한다”며 “경기지노위 판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출처 : 2024년 4월 8일 월요일, 매일노동뉴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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