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근무 필리핀인 2명, 대표 고소 무료라던 숙박비 등 225만원 갈취 여권도 출국 이틀 전까지 안 줘 변호인 “인신매매죄 적용해야” 전남지역에서 일하던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이 인력송출업체에 여권을 빼앗기고 임금을 착취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 필리핀 출신 계절노동자 안젤로(가명·45)와 펠릭스(가명·29)가 필리핀 현지에서 활동하는 인력송출업체 대표 홍아무개씨를 전남경찰청에 고소했다. 필리핀 카비테에 살던 이들은 지난해 농어촌 계절노동자로 지원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당시 우리 정부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촌 지역에서 5~8개월간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국내 시·군이 외국의 지방자치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안젤로와 펠릭스는 카비테시청에서 해남군과 5개월간 월 200만1000원을 받고 농작물 작업을 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8월9일 입국해 해남군 산이면의 배추농장에 배정됐다. 계약상 월 노동시간은 208시간, 휴일은 월 4회였다. 임금은 계절노동자들의 계좌로 지급되고 숙박 등의 비용은 무료라고 했다. 지난해 해남군에 입국한 계절노동자는 모두 420여명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홍씨는 계좌를 관리하면서 중개수수료, 숙소비 등의 명목으로 3개월 동안 세차례에 걸쳐 225만원을 가져갔다. 여권도 홍씨가 보관하며 출국 이틀 전까지 돌려주지 않았다. 안젤로 등은 여권이 없어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했고 휴대전화도 개통할 수 없어 가족에게 자유롭게 연락하지 못했다. 여권은 해남군 담당 공무원이 홍씨한테서 넘겨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일부 고용주들은 홍씨가 가져간 중개비·숙소비 외에 숙식비로 25만~30만원을 더 떼어갔고 농업이 아닌 어업이나 제조업 관련 일을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젤로 등의 법률 대리를 맡은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의 이소아 상근변호사는 “계절노동자 업무는 국내 지자체 공무원 1~2명이 생소한 외국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출입국 행정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니 중간브로커가 끼어들기 쉬운 구조”라며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외국인을 데려와 여권을 빼앗고 근로계약서를 어긴 것은 인신매매방지법 위반, 형법의 약취·유인·인신매매죄를 적용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고소인을 대상으로 경제적·신체적·물리적 피해를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해남 이외에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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