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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 ‘과로사’ 법원 인정 등록일 2024.06.25 12:09
글쓴이 한길 조회 8

법원이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의 과로사를 인정했다. 지휘·감독을 하는 고위 전문직 종사자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실제 근로시간을 판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 배우자 B씨는 20년 가까이 판사로 근무하다 사직한 뒤 2016년부터 모 법무법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했다. 법무법인 구성원은 주로 파트너 변호사와 어쏘(associate) 변호사로 나뉜다.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 전체적으로 사건을 지휘하면 어쏘 변호사가 실무를 진행한다. B씨는 2018년부터 조세팀 공동팀장으로 업무를 총괄 담당했다.

 

B씨가 쓰러진 건 2020년 6월. 법정에서 최종 변론을 하던 중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공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고, 고인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파트너 변호사라도 법무법인 운영위 지시 따라 법원은 유족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인의 업무 내용 대부분 법무법인 운영위원회에서 배당받은 사건들로 실질적으로 법인에 의해 정해졌다”며 “사건 배당 등 운영위 업무지시를 고인 임의로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짚었다. 운영위는 6명 내외 파트너 변호사들로 구성됐으며 법인 내 인사·마케팅·예산 수립 및 집행 등 의사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인이 법인의 인사·마케팅·예산집행 등 주요 경영 사항에 관여했다고 볼 자료는 전혀 없다”며 “고인이 제3자를 독자적으로 고용하거나 고인 업무를 임의로 타인에게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다”고 봤다.

 

고인이 복무·징계 규정을 적용받았고, 일정한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한 점도 언급됐다. 매달 근무 내용과 시간을 상세히 기재한 타임시트를 작성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정한 급여를 받은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고인이 법인으로부터 개개 사건의 업무수행 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는 전문적 지적 활동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변호사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일 뿐 고인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압박감 속 과로에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표면적 근로시간보다 업무 특성을 고려한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과로사 여부를 판단했다.

 

공단이 산정한 근로시간은 과로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사무실 입·퇴실 기록을 근거로 산정한 업무시간은 발병 전 1주간 49시간10분,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47시간45분,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40시간14분이었다. 반면 유족측이 야간 재실시간, 타임시트상 업무시간 등을 종합한 결과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 약 59시간에 달했다.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은 약 56시간,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은 약 45시간이었다.

 

재판부는 “유족측 산정방식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고 실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은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그 이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더 많이 근무할 정도로 상당히 과로했다”고 판시했다.

 

고인에게 그 무렵 업무상 악재가 겹쳤던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재판부는 “당시 고인은 1·2심에서 승소했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 취지로 파기되고, 항소심 판결 선고를 앞둔 단계에서 중요 사건에서 배제되는 등 업무와 관련된 여러 부정적 상황을 연달아 겪었다”며 “여러 고객사들의 관심이 쏠린 사건까지 항소심 변론 종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 사건마저 패소해선 안 된다는 압박감 속에 집중적으로 과로하고 정신적으로도 심한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변호사들의 노동환경이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측을 대리한 김용문 변호사(덴톤스리)는 “전문직 종사자 중에서도 관리·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고위직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타임시트 역시 고객에 자문비용 청구가 주 목적이라 근로시간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며 “전문직·사무직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한 점은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법조인들이 장시간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로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의 객관적 통계도 없는 상황”이라며 “지식정보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제조업 중심의 산재 판단 기준을 고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2024.06.10 월요일, 강석영 기자 getou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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