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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노동자에게 모든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등록일 2023.12.15 16:21
글쓴이 한길 조회 186
산업안전보건법 1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과 노동자의 안전 및 보건 유지·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법의 목적과 달리 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장을 명시하고 있다. 공공행정과 국방, 사회보장행정 분야에 해당하는 사업장과 학교 같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시행령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 의무가 없다. 해당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관리·감독자나 안전관리자를 포함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일부는 업무의 위험성을 인정받아 ‘현업업무 종사자’로 분류돼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두 적용받는다.

업무의 위험성을 인정받은 사업은 공공행정과 교육서비스업 중 학교인데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 고시에 해당하는 업무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적용 대상이다. 고시에 따른 현업업무란 공공행정에서는 1) 청사 등 시설물, 설비·장비 등의 유지관리 업무 2) 도로의 유지·보수 등의 업무 3) 도로·가로 등 환경미화 업무 4) 공원·녹지 등의 유지관리 업무 5) 산림조사 및 산림보호 업무 6) 조리시설 관련 업무 등 6개 업무만이 해당된다. 학교는 1) 학교 시설물 및 설비·장비 등의 유지관리 업무 2) 학교경비 및 통학 보조 업무 3) 조리시설 관련 업무로 3개 업무만이 적용 대상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제외 규정은 같은 직종인 간호사라도 병원에서 일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을 받지만, 구청 보건소에서 일하면 일부만 적용한다. 지자체 소속 주차단속직 노동자는 업무과정에서 폭언과 폭력 등 노출되지만,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수 없다.

3D 프린터 사용으로 육종암에 걸린 교사, 일상적으로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과학실무사의 경우도 안전보건 교육을 받을 수 없다. 빈번한 개 물림 사고와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관 검침을 위해 밀폐 작업을 감수해야 하는 수도검침원 또한 안전보건교육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참석할 수 없다. 심지어 국방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공공행정과 학교에서 현업업무라고 규정한 급식·미화·시설 업무를 하고 있지만 국방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제외된다.

5월24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산업안전보건법 현업고시 적용제외 문제해결을 위한 증언대회’는 공공행정과 학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실제로 겪는 위험한 작업환경의 문제와 건강권 훼손의 심각한 현실을 처절하게 증언했다. 대부분 4일 이상 사고의 경험이 있었다. 대면 업무로 인한 폭언 및 폭행 등 신체·정신적 건강의 위험을 경험했다. 근골격계질환 및 감염성 질환 등 위험에도 노출됐다. 이번 증언대회를 통해 확인한 심각한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안전점검, 감정노동 보호,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특수건강검진 등 기본적으로 적용받아야 할 법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는 이들 대부분 기간제 등 비정규직들로 문제 제기조차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었다.

최근 언론에 폐암 발병부터 급식실 시설 개선과 적정인원 충원 등 급식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가 보도되고 있다. 학교 조리시설 업무는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전까지 일부 적용 사업이었다. 더 빨리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지금 드러나는 대규모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하고 싶다면, 먼저 할 일은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적용이다.

더불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2조와 같은 법 시행령 별표1. 별표3 및 별표 5에 따른 청소, 시설관리, 조리 등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노동부는 2020년 7월1일 이후 매 3년이 되는 시점까지 해당 고시의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조치를 해야 한다. 바로 그 3년이 되는 시점이 이달 30일이다. 현재까지 노동부는 개선 방안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도 당사자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사업장 및 업무에 따른 적용기준에 대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 적용제외 시행령 별표를 폐지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적용해야 한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노동계 요구를 반영해 학교 및 공공행정에서 위험한 업무임에도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직종 및 직무에 대한 현업 고시를 확대해야 한다. 국방업무 같이 위험도가 높지만 사각지대에 방치된 직종에 대한 보호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숙견 webmaster@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