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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PC 무한사고’ 책임 정점은 ‘허영인 회장’ 등록일 2023.09.14 16:43
글쓴이 한길 조회 265

총수 일가, 계열사 독점적 지배 … 법조계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 수사해야”

SPC그룹 계열사에서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허영인 회장에게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 회장은 지난해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의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계속된 사고에 ‘안전관리 강화’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이은 사고의 원인에는 그룹 총수의 안일한 안전의식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개월 사이에 알려진 SPC그룹 계열사의 사고만 6건이다. 지난해 10월15일 SPL 평택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숨졌다. 2인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추후 드러났다. 교반기 덮개를 열면 기계가 멈추도록 하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었다. 이후에도 샤니 공장과 SPL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골절 사고가 일어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전관리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8일 성남 샤니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반죽기계에 배 부위가 끼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다행히 수술 이후 호흡과 맥박을 되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는 2인1조로 근무 중에 동료가 리프트 기계 아래서 노즐 교체 작업을 하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기계를 작동시켜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여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파리크라상’

회장 일가 100% 소유 “계열사 지배”

허영인 회장에 대한 형사책임은 전무하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의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강동석 SPL 대표이사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유족측은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0월20일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에 고소했다.

전문가들은 허 회장을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대재해처벌법 2조9호는 경영책임자를 ①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②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관해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형식상의 직위나 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SPC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허 회장의 ‘지배력’은 뚜렷하다. 2021년 12월 기준 허 회장 일가가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 지분 100%(허 회장 63.31%)를 보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SPL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사실상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독점해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셈이다. 허 회장은 2017년 12월까지 파리크라상 등기이사를 역임했고, 2018년 3월까지 SPL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회사를 통한 계열사 소유구조를 볼 때 허 회장의 의사결정권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사업에서의 직무, 기업의 의사결정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허 회장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월급 사장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핫바지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책임자 아니더라도 ‘공범’ 적용 가능”

허 회장을 계열사의 ‘경영책임자’로 직접 귀속할 수 없더라도 ‘공범’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노동부는 허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영국 변호사는 “허 회장이 계열사(SPL)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계열사 대표에게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관해 지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교사범이나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비슷한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1월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를 보면 “총수의 신분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별 사안에 영향력을 이용해 해당 경영책임자에게 특정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면 공범 관계가 문제 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은 ‘신분범’이라 일정한 신분이 있을 때 범죄가 성립한다. 하지만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20조를 적용하면 허 회장에게 중대산업재해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허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적어도 ‘공범’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은 충분하다. 허 회장은 지난해 SPL 사고 이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안전관리예산으로 1천억원 투자를 공언했다. 허 회장 스스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계열사 독자적 권한 없어, 1천억원 투입 어디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뒀더라도 그룹 총수가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는 해석도 힘을 받는다. 검찰은 “실질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인지에 따라 양자(대표이사·안전보건관리책임자) 모두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직·인력·예산과 의사결정권을 모두 위임받은 정도라고 볼 수 있을 때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SPC그룹의 경우 허 회장의 단독지배로 볼 여지가 크다.

법조계는 허 회장이 파리크라상 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어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쥐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강동석 SPL 대표이사는 이전 대표가 사망하자 지난해 6월 대표로 취임했다. 지난해 10월 숨진 SPL 공장 20대 여성노동자 유족을 대리하는 오빛나라 변호사(오빛나라 법률사무소)는 “SPC그룹의 의사결정 구조, 안전보건 조치에 관한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최종적인 의사결정권, 강동석 SPL 대표가 입사한 시기 및 경력, SPL 지분 보유비율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계열사에 독자적인 안전관리 능력이 없다는 점이 수차례 반복된 사고로 입증됐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오 변호사는 “SPL 재무관계는 SPC그룹에 종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계열사가 SPC그룹이 약속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