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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산 선언 한국와이퍼, 생산은 다른 곳에서 몰래? 등록일 2023.11.09 11:15
글쓴이 한길 조회 198

덴소코리아 “덴소와이퍼에서 수입” … 노조 단협위반금지 가처분 신청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획청산’ 의혹이 불거진 한국와이퍼가 노조와 합의 없이 국외 대체생산을 통해 부품을 납품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중재로 마련된 노조와 일본 자동차부품기업 덴소의 국내 사업 총괄회사인 덴소코리아 면담 자리에서 덴소코리아측이 이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와이퍼 노사는 2021년 고용안정 협약을 통해 덴소의 개입으로 대체생산 체계를 마련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이는 단협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간담회 자리서 대체생산 사실상 인정
“합의 없는 대체생산은 단협 위반”

4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지난해 12월20일 고용노동부-덴소코리아-금속노조·한국와이퍼분회 간담회 녹취록에 따르면 덴소코리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기아에 납품할 와이퍼를 덴소와이퍼시스템(DNWS)과 관계사에서 대체생산을 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해당 자리에서 최윤미 분회장이 “WS(DNWS)에서 공급하는 게 있는 거죠?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와이퍼 매각처로 알려진) 디와이(오토)가 생산해 주지 못하니, 그런 거죠?”라고 묻자 덴소코리아 관계자가 “WS에서 수입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최 분회장이 매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디와이오토가 한국와이퍼가 담당한 부품 생산 및 조립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니 덴소와이퍼와 관계사에서 한국와이퍼가 담당한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냐는 취지로 물어본 질문에 덴소코리아측이 ‘그렇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간 한국와이퍼는 덴소코리아가 만든 모터, 협력사 EHE가 만든 링케이지, 한국와이퍼가 만든 암·블레이드를 조립해 덴소코리아를 통해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납품했다. 지난해 7월7일 한국와이퍼가 회사 청산계획을 밝힌 뒤 분회는 현대차·기아에 납품할 와이퍼를 국내외 다른 회사에서 대체생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분회는 경남 창원 엘소에서 와이퍼 최종 조립 업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3월 공장 앞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디와이오토 자회사 HST에서는 암·블레이드 도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체생산이 단협 위반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한국와이퍼 노사는 2021년 고용안정협약서와 2020년 협약서를 통해 회사가 대체생산 체계를 일방적으로 구축할 수 없다고 합의했다. 2021년 협약서에는 “KWB(한국와이퍼)는 물론 덴소 내외 관련사를 비롯해 덴소의 개입으로 대체생산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2020년 협약서에는 “대체생산 체계에 대해 고용협의회를 통해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2021년 협약서는 한국와이퍼 노사만이 아니라 덴소코리아·덴소와이퍼 모두 연대책임자로서 보증하고 확약하기로 서명했다.

한국와이퍼분회는 지난 2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한국와이퍼와 덴소코리아를 상대로 “단협상 절차에 따른 노조와 합의 없이 다른 회사에서 한국와이퍼가 생산하던 부품 품목을 공급받아서는 안 된다”며 단협위반 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 법률대리인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현재까지 분회가 확보한 자료로 대체생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하다”며 “가처분 신청서에 추가 증거를 첨부해서 법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5자 간담회’ 이후 교섭도 결렬
노조 일본 덴소 본사 원정투쟁 계획

한국와이퍼분회 설명을 종합하면 노사는 교섭에서 노동자 고용대책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3월15일 경찰이 한국와이퍼 경기 안산공장 설비 반출을 저지하려는 노동자들을 과잉진압해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18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당했다. 이후 노동부 안산지청 중재로 4월12일 덴소와이퍼·덴소코리아가 참여한 ‘5자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4월21일부터 노사는 수차례 교섭을 이어 왔지만 지난 5월25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한국와이퍼 사측은 지난달 31일 분회에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회사가 약속한 평화 의무를 유지할 계획이나 만약 귀 조합이 언급한 대내외 쟁의행위 등의 개시가 확인된다면 회사로서도 유보해 왔던 청산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공문을 통해 알렸다. 분회는 사측이 청산절차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3월15일처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분회는 교섭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는 덴소코리아와 덴소와이퍼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덴소의 책임을 묻기 위한 차원에서 다시 일본 원정투쟁에 나선다. 분회는 조를 짜서 6일부터 순차적으로 일본을 방문해 일본 덴소 본사와 고객사 도요타를 상대로 한 선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