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HOME > 정보센터 > 법령 및 판례

제목 조기난소부전의 장해정도를 실질적으로 판단해 장해등급을 인정한 판결 등록일 2023.04.18 15:44
글쓴이 한길 조회 200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2. 13. 선고 사건 2020구단63927 장해등급결정처분취소

1. 사실관계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반도체사업장에서 일했던 원고는 2012. 4.경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최초 요양급여신청에 대하여 불승인처분을 받았으나 행정소송을 통해 요양불승인처분이 취소됐고, 요양 중 ‘조기난소부전, 비장절제술로 인한 비장결손 등’을 추가상병으로 승인받아 요양 후 2017. 7.경 요양을 종결했다. 원고는 2019. 5.경 ‘조기난소부전, 비장결손’에 대한 장해급여(7급)를 청구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2020. 3.경 “원고는 비장전절제술 상태, 난소부전으로 생식능력에 뚜렷한 제한이 남은 사람에 해당되나, 이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복부장기의 기능에 장해가 남아 쉬운 일 외에는 하지 못하는 사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장 또는 한쪽의 신장을 잃은 사람’에 해당하는 제8급 제11호로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하였다.

2. 사안의 쟁점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남성이 양쪽 고환을 잃은 경우 장해등급 제7급 제13호로 정하고 있으나(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별표6), 여성이 생식기능을 상실한 경우에 대하여는 별도의 장해등급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상 ‘비장 또는 한쪽의 신장을 잃은 사람’(제8급 제11호) 및 ‘생식기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제9급 제14호)’에 해당하여, 제13급 이상의 장해가 2개인 경우에 해당하여 조정 제7급에 해당하다는 취지로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3항은 [별표6]에 규정되지 아니한 장해가 있을 때 그 장해와 비슷한 장해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으로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조기난소부전의 경우 양쪽 고환을 상실한 경우에 준하여 장해등급 제7급을 부여할 수 있을지 여부다.

3. 판결의 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을 살펴보면, 시행령에서 흉복부 장기의 기능에 장해가 남은 경우(제5급 제7호 및 제7급 제5호), 양쪽의 고환을 잃은 경우(제7급 제13호), 생식기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경우(제9급 제14호)에 대한 각 장해등급을 정하고 있고, 시행규칙에 이에 대한 세부기준으로 ‘음경의 대부분이 상실된 사람, 흉터로 인한 질구협착 등으로 생식능력에 현저한 제한을 받아 성교불능인 사람(제9급)’, ‘양쪽 고환이 상실된 사람(제7급)’의 경우를 정하고 있으나 여성이 양쪽 난소가 상실된 경우에 관한 규정은 두지 않았다.

그러나, 1) 고환 상실의 경우 물리적 상실만을 의미하는지 기능적 상실까지 포함하는지 명시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으나 장해등급 관련 규정의 문언(물리적 상실과 기능적 상실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지 않고 있는 점 등) 및 입법자의 의사에 비추어보면 ‘양쪽이 고환을 잃은 사람’에는 고환을 물리적으로 상실한 경우뿐만 아니라 양쪽 고환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 등은 ‘난소의 상실’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남성의 고환에 대응하는 여성의 생식기관이 난소인데 양쪽 난소를 상실한 경우, 생식능력의 상실이라는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 장해등급을 부여한 양쪽 고환을 상실한 경우와 비슷한 장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장해등급 제7급을 인정할 수 있으며, 3) 조기난소부전이 의학적 결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피고도 특별히 다투지 않고 있고, 감정의는 난소가 결손된 경우 장해등급 제9급 제14호에 해당한다고 회신했으나 이는 노동능력상실의 측면에서 장해등급 제7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근거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양쪽 난소의 물리적, 기능적 상실을 양쪽 고환의 물리적 기능적 상실과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감정의 소견 중 조기난소부전의 장해가 제9급에 해당한다는 부분은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4)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 기능 장애에 관하여 상세한 상이등급을 정하고 있는 국가유공자법을 참고하여 살펴보면 생식기관인 고환, 난소의 경우 물리적 상실과 기능적 상실의 상이등급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원고의 ‘조기난소부전’의 장해는 ‘양쪽의 고환을 잃은 사람’과 비슷한 장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에게 장해등급 제7급을 인정해야 한다.

4. 판결의 의의

1960년대 초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보상하는 노동이 육체노동, 남성노동 중심이었던 시점에 마련된 장해등급기준표는 큰 변동 없이 현행기준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장해등급기준표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 사건 원고가 해당됐다. 생식기 관련 장해의 경우, 남성은 외형적 손실과 이에 따른 기능손실에 대한 평가를 전제한 반면, 외형적 손실을 예정할 수 없는 여성의 경우에는 생식기의 기능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은 채 60여년간 신체장해등급표가 운용되어왔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이러한 기준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단 내에서도 달리 논의된 바가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상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에 명시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더라도 규정이 마련된 경위(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하고 구체적, 실질적 타당성을 검토하여 장해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한편, 남성의 경우와 달리 여성의 경우 생식기능에 중대한 장해가 초래된 경우 구체적인 등급이 마련되어있지 않은 문제점을 확인하고, 판결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5. 결어

대상판결은 첨단산업이 발전하고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졌는데도 장해등급 기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반도체사업장에서 일하고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게 됐고 후유증으로 조기난소부전 진단까지 받은 원고는 장해급여청구 과정에서 제도의 불합리함을 발견하고 소송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 공단의 항소로 재판이 계속될 예정이지만, 대상판결에서의 법원의 정당한 판단이 유지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의 미비점이 보완될 수 있기를 바란다.

노무법인 한길 블로그 http://blog.naver.com/hanguilhrm
출처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