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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과로로 뇌염 걸려 숨진 공무원, 법원 “공무상 재해” 등록일 2023.08.03 12:04
글쓴이 한길 조회 192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잠복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재활성화해 ‘바이러스성 뇌염’에 걸린 공무원이 세상을 떠난 지 5년여 만에 최종적으로 ‘공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 부장판사)는 서울시 공무원 A(사망 당시 44세)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인사처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인사처가 상고하지 않아 지난 18일 판결이 확정됐다.

전보 뒤 ‘서무 총괄’, 1심 과로 인정

약 18년간 근무한 A씨는 2018년 1월 안전총괄과에서 시설안전과로 전보됐다. 그런데 그해 8월 가족과 여름휴가를 갔다가 몸살이 심해 홀로 돌아오다가 터미널 인근 식당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뇌염을 진단받았다.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같은해 9월 숨졌다.

원인은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 배우자는 인사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요구했지만, 상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유족은 소송을 냈다.

A씨는 전보 이후 업무량이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 직원 44명의 서무를 담당하며 각종 보고자료와 회의자료를 작성했다. 승진 기준이 되는 기관성과평가 업무를 맡았고, 인사평가도 담당해 근무성적평정 자료를 만들었다. 국가안전대진단 업무도 맡아 시설물 3만3천개의 안전점검을 추진했다. A씨 동료들은 “과 서무 담당자는 과장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먼저 퇴근할 수 없다”며 “과장을 보좌해야 해서 휴가도 거의 쓸 수 없다”고 진술했다.

1심은 전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인정했다. A씨의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잠복했던 ‘EBV’가 활성화해 바이러스성 뇌염이 발병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2018년 7월 처음 발족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인 ‘안전어사대’ 채용과 재난위험시설 백서 발간 등 업무를 도맡으며 업무량이 과중했다고 판단했다.

44세에 뇌염, 법원 “과로·스트레스 원인”

평균 근무시간도 만성 과로 상태에 있었다고 봤다. A씨의 발병 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12주간 50.22시간, 4주간 54.89시간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질병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레스 역시 뇌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과중한 업무량과 초과근무로 상당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평소 건강상태가 양호해 업무 외적으로 면역력이 저하할 원인이 될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판단이 같았다. 육체적 과로나 스트레스가 바이러스 활성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2007년 4월 대법원 판결이 뒷받침됐다. 신경과 감정의도 2심에서 업무상 요인이 뇌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

유족을 대리한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한 뇌염 등 면역성 질병의 경우 최초 처분에서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며 “그러나 법원에서 면역성 질병을 산재로 인정한 사례가 상당하므로 업무시간 산정과 직장 동료의 협조 등을 통해 충분히 자료를 수집한다면 산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