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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청 사용자 인정하는 ‘구조적 통제’ 기준 모호…‘노란봉투법 지침’ 논란 등록일 2026.01.14 15:47
글쓴이 한길 조회 129

내년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이 정한 기준을 구체화한 지침을 정부가 내놨지만 ‘모호성’이 쉽게 해소되지 않아서다. 특히 하청의 임금·수당 문제와 원청의 구조조정 등 전략적 의사 결정이 교섭 의제에 포함될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조적 통제?

고용노동부가 지난 26일 공개한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안)’에 담긴 핵심 개념은 ‘구조적 통제’다. 노란봉투법에 담긴 사용자성 인정 기준인 ‘실질적·구체적 지배’를 구체화했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지침은 원청 사용자가 하청 사용자의 노동자 근로조건 결정 재량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를 구조적 통제라고 설명한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조건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구조적 통제 확인이다.

‘본질적·지속적 제한’은 ‘범위’와 ‘수준’에 달린 사안인 탓에 원청의 구조적 통제 여부를 사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지침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씨제이(CJ)대한통운, 현대제철·한화오션 판결 사례를 토대로 구조적 통제 예시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이들 사례에서 원청이 작업공정·보호장비 등 하청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통제하거나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 등을 결정하거나 승인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잇달아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놨다. 지난 26일 현대제철·한화오션과 금속노조 교섭에 대한 중앙노동위의 ‘조정 중지’ 결정도 이런 앞선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논란은 무엇?

논란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전례 없는’ 교섭 의제 등장의 경우다. 지침이 기존 사례를 토대로 만들어진 탓에 예견되는 불확실성이다. 대형 구조조정이나 대규모 국외 투자와 같은 원청의 전략적 의사 결정이 그런 예에 속한다. 지금껏 이런 사안을 쟁점으로 다룬 노동위의 판정례나 법원 판례는 없다.

지침은 해당 의사 결정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변화를 불러온 원인이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교섭 의제가 된다고 밝힌다. 한 예로 종합가전회사 ㄱ이 미국에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한 단계에선 교섭 의제가 되지 않지만 해당 결정이 하청 업체와의 거래 물량 감소나 거래 중단으로 ‘확인’될 때는 의제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의사 결정은 필연적으로 원-하청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사슬 재편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지침에 담긴 교섭 의제 인정 조건이 형식논리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00년대 초중반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대규모 생산기지 건설 전후로 이 회사의 공급망 생태계는 급변한 바 있다.

임금·수당 관련 의제는 사용자성 인정이 어렵다는 취지로 지침이 서술된 점도 논란이다. 원청이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인상률 기준을 직접 제시한 경우만 ‘구조적 통제’에 해당한다고 지침은 언급한다. 하도급 관계에서 이런 수준에 이르는 원청의 통제 사례는 드물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수당 의제가 원청과의 교섭 의제로 다뤄질 공산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현실에선 원청이 정한 도급액을 토대로 하청업체가 임금 수준을 정한다.

부산한 노동위

노동위도 구조적 통제란 개념의 모호성을 넘기 위해 잰걸음을 놀리고 있다. 심판 담당 공익·노(근로자)·사(사용자) 위원 중심으로 꾸린 태스크포스를 노란봉투법 시행 전까지 운영하기로 한 게 그 예다.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일관된 판단을 통해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노동위의 판정례와 노동위 판단에 불복해 전개된 소송에 대한 법원 판례가 충분히 축적된 뒤에야 논란이 잦아들 것으로 본다.

박태우 박다해 기자 ehot@hani.co.kr

*출처 : 원청 사용자 인정하는 ‘구조적 통제’ 기준 모호…‘노란봉투법 지침’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