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잇단 과로사로 물의를 빚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대상으로 산업안전과 불법 파견 등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내놨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알맹이 없는 감독으로 되레 쿠팡에 면죄부를 준 결과라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14일 쿠팡씨엘에스 본사와 배송 상품 중간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서브허브’ 34곳, 배송 차량에 상품을 싣는 ‘배송캠프’ 12곳을 비롯해, 쿠팡씨엘에스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배달하는 택배영업점 35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7∼11월 벌인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에선 정지된 지게차의 열쇠를 뽑지 않고 방치해 방호조처를 하지 않은 사실과 컨베이어벨트 위 작업을 하면서 적절한 안전 발판을 설치하지 않은 사실 등 4건을 적발해 본사를 상대로 처벌 절차에 들어갔다.
또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 택배기사 대상으로 해야 할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은 택배영업점 16곳엔 과태료 1514만원을 매기고, 야간작업 노동자 54명을 대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본사와 택배영업점 등 11곳엔 과태료 540만원을 부과했다.
서브허브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거나, 개인사업자로 위장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서브허브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 3곳은 아예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일을 시켰고, 다른 위탁업체 4곳은 노동자 350명을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사업소득세 3.3%를 물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씨엘에스가 배송기사들한테 카카오톡 등으로 직접 업무를 지휘 감독해 ‘불법 파견’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이들 배송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노동부는 판단했다.
노동부는 24시간 배송 체제인 쿠팡씨엘에스 쪽에 △야간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할 것 △배송기사가 프레시백을 회수하는 과정의 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할 것 △휴게시설을 확충하고 냉·난방 설비를 보강할 것 등을 요구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이번 발표에서 정작 배송기사들의 과로사를 부르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대한 내용은 빠져 쿠팡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논평에서 “과로와 고용불안을 유발하는 클렌징(배송구역 회수제도)이나 대리점 재계약의 기준인 서비스수준협약(SLA) 평가지표에 대해선 감독하지 않았다”며 “과로사 산재 기준인 주 60시간(야간 30% 시간 할증)을 준용해 노동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했다”고 짚었다. 또 택배 노동자한테 분류작업 일부를 맡겨 공짜 노동을 시키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분명하게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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