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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부·법원 공백 속 노동자 열사병 사망 등록일 2024.08.08 09:33
글쓴이 한길 조회 59
경험하지 못한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야외 작업을 하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원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 시공사는 부산에서 처음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업체다. 시공사 대표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사망사고가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폭염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여주기식 행정만 할 뿐 특단의 조처가 없다는 취지다.

반복 사망사고에도 가벼운 처벌했더니…

7일 부산지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3시경 부산 연제구 한 상가 공사현장에서 60대 남성이 쓰러졌다. 병원으로 바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된다. 당시 폭염 특보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었고, 고인의 체온은 40도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시공사는 ㅅ건설이다. 이번 사고까지 ㅅ건설 현장에서 최근 3년간 사망사고가 3차례나 발생했다. 2021년 6월 오피스텔 신축현장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ㅅ건설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2022년 3월엔 단열공사 중 하청노동자가 3.3톤 균형추에 끼어 사망했다. 박 대표와 ㅅ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처벌은 가벼웠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장병준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박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ㅅ건설에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사망사고가 반복된 업체를 솜방망이 처벌해 또다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크다. 강기영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조직국장은 “ㅅ건설측은 기본적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았으면서 재판 과정에서 노동자 탓을 하는 등 황당한 주장만 늘어놨다”며 “사망사고가 반복된 업체를 엄벌하지 않으니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박씨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열사병 사망도 ‘중대재해’

폭염 대처를 하지 않은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1일 열사병 사망사고와 관련 원청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음 재판에 넘겼다. 2022년 7월 대전의 한 공사현장에서 폭염경보 속 야외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용자는 폭염을 대비해 휴식, 그늘진 장소, 소금·음료수 등을 제공해야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원청 대표는 △옥외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발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작업중지,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 안전보건총괄 책임자가 대응 조치를 할 수 없게 만든 혐의를 받는다.

“기후재난에 정부 기능 멈췄다”

기후위기 속 정부 기능이 멈췄다는 비판도 크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고용노동부는 물·그늘·휴식 등 온열질환 예방 3대 기본수칙 가이드라인 배포만 반복하고, 장관은 전시성 행사로 가끔 현장만 나간다”며 “비상시국에서 정부가 거의 기능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그늘막 설치 지원만 할 건가. 근본적으로 기후재난에 맞서 노동자들을 보호할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노동자의 폭염 대비책 중 하나로 꼽히는 작업중지권과 관련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탄압하면서 현장에서 응급상황시 목소리 낼 통로가 없어졌다”며 “정부가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있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부는 폭염기마다 3대 수칙을 발표하면서 이를 위반한 현장을 적발·시정·제재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 없다”며 “한정된 근로감독관과 예산으로 폭염기 노동자 건강 보호가 어렵다. 폭염지침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