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일해도 승진소요 기간 두 배 … “채용공무원-전환공무원 간 차별 해소해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 주는 어감도 있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고 홍보하니 저한테 (근무시간에 대한) 주도권이 있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죠.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임용 초기만 해도 여기저기에 좋은 제도·직업이라고 추천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수도권에서 국가직 8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A씨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으로 2018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전 직장에서 셋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던 A씨는 동생의 소개로 시간선택제 공무원제도를 알게 됐다. 아이가 아직 어려 주 40시간 근무는 부담스럽던 때였다. 곧장 시험과 면접을 거쳐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에 합격했다. 초기에는 하루 4시간씩 주 5일, 20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관리자는 2021년 1월 입사 동기가 육아휴직에 들어가자 A씨에게 주 35시간 근무를 요구했다. “A씨 동기가 복직하고도 주 35시간 일할 수 있다”는 관리자의 말도 희망이 됐다. 처음에는 엄마와의 시간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커 가면서 경제적 지원이 더욱 필요해졌다. 그런데 동기의 복직 이후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주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었다. 임금은 3분의 1 정도가 감소했다. 현재 A씨는 그나마 이전 공공기관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높은 호봉 덕에 월 실수령액 16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근무시간이 줄면서 적금은 모두 해지했고 기관에 여러 차례 읍소한 끝에 아르바이트 겸직을 허락받아 비정기적인 부수입도 조금씩은 있다. A씨가 지방직 공무원이었더라면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었겠지만 국가직 공무원인 A씨는 공무원 임용규칙에 따라 임용권자에 의해 근무시간이 언제고 바뀔 수 있다. 공무원연맹 시간선택제공무원노조 조합원인 A씨는 지난 15일 공무원 임용규칙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는 국가에 되묻는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도입된 제도잖아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가 자라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는 것도 포함인데 이 일자리는 경제적 뒷받침이 불가능해요. 아이를 키울 때만 잠깐 일하고 나가라는 건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누가 이런 직업을 선호할까요.” 시간선택제 공무원 38% 임용 포기·퇴직 <매일노동뉴스>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제도 시행 10년을 맞아 헌법소원을 제기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3명을 인터뷰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란 주 40시간보다 짧게 일하는 공무원으로,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시간선택제 전환공무원·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으로 나뉜다. 2005년부터 시행 중인 전환공무원은 주 40시간을 일하던 공무원이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원하면 언제든 전일제로 복귀가 가능하다. 채용공무원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하고 양질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2014년 1월 도입된 제도다. 통상적인 근무시간보다 짧게 일하는 공무원으로 전환공무원과 달리 입직·임용부터 근무시간이 짧다는 차이가 있다. 얼핏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처럼 보이지만 채용공무원은 국가직·지방직 간, 혹은 전환공무원과의 ‘차별’ 문제가 불거져왔다. ‘이탈’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5천834명이 채용됐지만 2022년 말일 기준 38.1%가 발령 전에 임용을 포기하거나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헌법소원 당사자들도 이 같은 차별 문제가 헌법소원 청구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똑같이 주 20시간 근무하는데 9급→6급 승진, 6년 vs 3년 지난 1월 ‘8년 만에’ 9급에서 8급으로 승진한 국가직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B씨는 “승진을 해도 참 슬펐다”고 말했다. “저는 올해도 승진을 포기했어요. 2년 전부터 승진 명부에 올라가 있었는데 티오가 없다고 승진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올해는 됐네요. 다른 사무소에서 일하는 입사 동기들은 육아휴직 때문에 아직도 승진을 못했어요. 우리 시선제(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은 8년을 휴직도 없이 일해야 (승진이) 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승진이 좋긴 했지만 정말 슬펐어요.” 건강이 좋지 않아 주 40시간 근무가 어려웠던 B씨는 2016년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임용 전까지는 ‘시간선택의 자유로움’을 기대했다. 다른 공무원과 근무시간의 차이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있었다. 지난 1월 공무원임용령이 개정되면서 국가직 공무원의 최저 승진소요 연수가 단축됐다. 9급에서 6급으로 진급하려면 기존에는 5년6개월이 걸렸는데 개정 이후에는 3년으로 줄었다. 그런데 승진연수에 산입되는 근무시간을 계산할 때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과 전환공무원 간 차이가 발생했다. 주 40시간의 절반인 주 20시간을 일하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경우 3년이 아닌 6년을 일해야 9급에서 6급으로 진급할 수 있다. 하지만 주 40시간을 일하다 주 20시간을 일하는 전환공무원의 경우 실제로는 주 20시간 근무여도 주 40시간 일한 것으로 본다. 3년만 일해도 9급에서 6급까지 승진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B씨는 “일하는 시간이 같아도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은 전환공무원보다 3년을 더 일해야 승진연수를 채울 수 있다”며 “아직도 승진하지 못한 동기나 후배, 선배들이 제대로 보장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육아 때문에 시간선택제 됐는데 똑같이 자녀 낳아도 승진 더뎌 채용공무원과 전환공무원 간 차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육아를 이유로 근무시간을 단축했을 때 근무시간을 산정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공무원은 최대 3년(36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에 대신 근무시간을 줄인 지방직 채용공무원 김아무개씨와 지방직 전환공무원 이아무개씨의 사례를 비교해 보자. 김씨는 주 35시간을 일하다 주 20시간을 일하기로 했다. 이씨는 주 40시간을 일하다 주 20시간을 일하는 전환공무원이 됐다. 이렇게 둘은 3년을 휴직하지 않고 단축근무만 했다. 김씨와 이씨는 주당 근무시간이 같았다. 하지만 이씨는 전환공무원이라는 이유로 3년의 근무시간을 모두 풀타임 근무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반면 김씨는 채용공무원이라는 이유로 1년6개월(18개월)만 인정받게 됐다. 근무기간은 곧 승진최저연수에 반영되고, 승진은 곧 급여나 수당과 연결된다. 아이를 낳을수록 전환공무원과 채용공무원 간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고, 채용공무원은 전환공무원에 비해 승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도의 한 지역에서 일하는 지방직 8급 공무원 C씨는 주 35시간 근무자다. 2017년 초 임용되고 2년 뒤에 1년7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한 데 이어 둘째를 낳고 2021년 7월부터 1년2개월간 두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아이를 다 기르고 들어온 동기들은 C씨에 비해 진급이 빨랐다. 승진을 비교할 전환공무원이 주변에 있는 건 아니지만 “차별이 더 이상은 없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승진기간이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구요. 똑같이 (주 20시간으로) 전환을 했다면 채용공무원과 전환공무원이 차별없이 일한 기간을 인정해 줘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까요. 육아하기 좋을 것 같아 채용공무원이 됐는데 쉽지 않아요. 노조 덕에 개선되고 있지만 더 이상의 차별은 없었으면 해요.”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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