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간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 시간을 연장근로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1주 총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하루에 일한 연장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근로기준법에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교대제 근무자같이 1주 근로시간이 52시간에 미달할 경우 하루 연장근로를 합한 시간이 주 12시간이 넘더라도 적법하다는 취지다.
연장근로시간 계산법에 대해 대법원이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최대 24시간 ‘집중노동’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심 “하루 연장근로 합산, 초과하면 위법”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서만 3년1개월간 심리했다.
A씨는 2013년 9월부터 3년간 근무하다가 2016년 11월 사망한 직원 B씨에게 연장근로수당 약 25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2014년 34회, 2015년 43회, 2016년 32회에 걸쳐 B씨와 합의 없이 주당 근로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했다고 봤다. A씨는 휴일근로 없이 ‘3일 근무 후 하루 휴무(하루 8시간)’ 형태로 일했다. 1심은 이를 토대로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연장근로시간 계산’에 관한 해석 문제가 불거졌다. 1·2심은 1주 근로시간 중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합산했을 때 1주 연장근로시간 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은 1주와 하루 각각 40시간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 합의시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대법원 “1주 근로시간 중 40시간 초과분이 연장근로”
대법원은 원심의 ‘연장근로 합산 방식’이 잘못됐다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53조1항에서 말하는 연장근로란 ‘1주간’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또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1주간 합계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2014년 4월14일~20일 A씨는 4일간 근무했다. 하루 연장근로시간을 모두 합치면 17시간30분(15일 4시간, 16일 3시간30분, 17일 6시간30분, 20일 3시간30분)으로 계산됐다. 원심이 판단한 ‘합산 방식’으로, 1주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한다. 그러나 대법원 계산법은 달랐다. 총근로시간(연장근로 휴게시간 미반영) 49시간30분에서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인 9시간30분을 1주 연장근로시간으로 판단했다. 연장근로를 한 이틀간의 휴게시간 30분을 포함하면 실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은 한 시간 더 줄어든다. 이렇게 해석하면 연장근로시간은 주 12시간을 넘지 않아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