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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근로자 23명 죽음 헛되지 않으려면 등록일 2024.10.08 17:55
글쓴이 한길 조회 1971

지난달 24일 우리는 또 안타까운 사고를 겪었다. 경기 화성의 리튬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여성 외국인, 파견근로자들이어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중국대사부터 여야 정치인 그리고 고위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하여 대부분 브리핑을 받고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현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브리핑, 의전을 하느라 수습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형 사고가 나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여기서 그치면 차라리 낫다. 온 김에 뜬금없이 '한말씀' 하시면 그 대응에, 내친김에 너도나도 대책을 쏟아내면 그 뒤처리에 또 부담을 준다. 지금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경찰 관계자가 사후 수습과 원인 조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시간이다.

대형 참사는 역설적으로 안전 개선에 기여한 적이 많다. 1993년 태국 케이더 봉제인형 공장의 화재로 18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매년 4월 28일을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지정해 산재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대형 참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효적인 재발 방지 수단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때 흔히 범하는 잘못이 있다.

첫째, 사태를 벗어나려 급하게 서두른다. 대형 사고가 나면 신속히 해결하고 넘어가려는 정치적인 압박이 심하다. 자칫 졸속 대책으로 이어지기 쉽다. 둘째, 규제로 해결하려 한다. 겉만 그럴듯한 강력한 규제를 만들고 넘어가려는 시도가 많다. 고 김용균 사망 사고가 나자 사업주의 의무를 대폭 강화하였지만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셋째, 조직을 바꾸고 자원의 투입을 늘려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세월호 사고 후 해양경찰청을 없애고 국민안전처를 설치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제발 이번에는 덤비지 말자. 담당 기관은 정치적인 압박에 허둥대지 말고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정치권은 낯을 세우려 들지 말고 담당 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야 한다.

[독자칼럼] 근로자 23명 죽음 헛되지 않으려면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