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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8년 묵은] 필수유지업무 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등록일 2024.10.04 17:33
글쓴이 한길 조회 2437
2016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7일 동안 파업에 돌입했다. 11년 만의 파업이었지만 운항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2006년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공익사업으로 지정된 항공운수 사업은 파업 기간에도 일정 비율 이상 운항률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파업이 노조법에 따라 제약받는 역설이 벌이진 셈이다. 2009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은 국제선 80%·제주노선 70%·내륙노선 50%의 운항률을 유지해야 한다. 다른 사업장도 비슷한 수준의 협정을 노사가 맺었다.

조종사들은 항공운수사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2006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른 의무 운항률을 낮춰 조종사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5년까지 국적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전부였고 이들이 주요 도시를 나눠 취항했기 때문에 필수유지업무로 분류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13개 항공사가 여러 도시를 중복해 취항하고 외항사까지 있어 대체 항공편이 충분하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필수유지업무제도 개선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박수용 아시아나항공사노조 대의원은 “2016년 대한항공 파업을 보더라도 과거 결정된 필수유지업무 운영수준으로는 쟁의행위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며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무 유지율은 필요 최소한으로 정해야 한다”며 “특히 여러 항공사가 취항 중이고 KTX 전국망이 완성된 지금 내륙노선 유지율은 폐지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법률로 필수유지업무 범위 규정하는 경우 드물어

다른 나라에서도 필수유지업무와 비슷한 제도를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업무 범위를 세세하게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독일에서도 일부 공공서비스에서 파업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공부문에서 파업이 발생해도 법률로 파업을 금지하거나 제한·개입하지 않고 노조의 규약이나 쟁의 지침을 통해 필수업무를 유지한다.

프랑스는 독일보다는 다양한 공공부문 파업권 제한 법제가 존재한다. 2007년 대중교통 부문에서는 최소서비스 제도를 도입했다. 파업에 참가하는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파업 개시 48시간 전에 개별적으로 파업 참가의향을 제출해 고용주가 파업 영향을 가늠하고 대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참가의향서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고용주는 노동자를 징계할 수 있다. 또 병원은 책임자가 최소업무 범위를 지정해 파업에 참여하는 일부 노동자에 업무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탈리아나 벨기에는 노사합의를 전제한다. 벨기에는 필수서비스법에 따라 산업별 노사대표로 구성한 공동위원회가 파업시 제공하는 업무 범위를 정한다. 이탈리아는 법에 필수공익서비스를 ‘헌법상 개인의 권리 향유를 보장하는 서비스’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한 뒤 노사 간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에 대해 합의하도록 한다.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필수업무보장위원회가 필수업무를 정하지만 업무 유지비율은 통상의 50%를 넘지 않는다.

박은정 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프랑스도 공공부문을 제외하고 파업권 제한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없다”며 “정부가 파업권 제한을 위한 근로자 징발(업무복귀명령)을 하더라도 법원에서 차단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 파업권·단결권에 부정적”

노동계는 필수유지업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이나 민변 등은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폐지하고 노조에 자율로 최소업무 유지의무를 부여하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파업으로 공익사업을 정지하거나 폐지할 때 국민 안전이 현저히 위태롭다면 노사 협정으로 최소업무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권두섭 변호사(노동자권리연구소)는 “현행 필수유지업무 제도 시행 후 노조가 파업을 해도 교섭력이 현저히 약화된 경험을 토로한다”며 “교섭력이 떨어져 파업이 장기화하고, 갈등이 커져 사회적 비용은 더욱 증가한 상황이다. 파업 효과가 없어 파업 이후 노조 탈퇴도 증가하는 등 단결권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제한하므로 적용범위를 엄격하게 한정하고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ILO 판단과 해외사례를 종합해 볼 때 필수유지업무 범위가 50%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