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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동자는 공장 기계보다 못한 존재인가요” 등록일 2024.11.18 14:17
글쓴이 한길 조회 1766

“회사 일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저들에게 우리는 값나가는 기계보다 못한 존재였습니다.”(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칼바람이 불던 지난 8일 새벽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박정혜(38), 소현숙(41)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 집하장 옥상에 올랐다. 옥상에는 된추위로부터 이들을 지켜줄 작은 텐트 2동만이 함께했다.

엘시디(LCD) 편광판 외관 검사를 맡아 이곳에서 12년과 16년 동안 일해온 박정혜, 소현숙씨는 2023년 1월 공장에서 쫓겨났다. 회사는 2022년 10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하자 법인 청산 및 공장 철거를 결정하고, 한 달 뒤인 11월4일 노동자 210명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 11명은 2023년 1월부터 공장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박정혜, 소현숙씨가 옥상에 오른 8일은 공장 철거가 예정된 날이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의 행태가 전형적인 외국계 기업의 ‘먹튀’(먹고 튀기)라고 주장한다. 엘시디 편광판을 납품하는 일본 닛토덴코그룹 한국 자회사 한국옵티칼은 2003년 구미4국가산단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하며 1만2천평의 땅을 무상으로 썼고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한국옵티칼 재무제표 분석에 따르면 220억원을 투자한 닛토덴코는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983억원의 세후 이익을 얻었고, 1734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회사는 화재 직후 생산 물량을 자매 법인인 경기도 평택 한국니토옵티칼(이하 한국니토) 공장으로 옮겼다. 노동자들은 “공장 가동을 재개할 수 없다면 구미공장의 기계가 있는 평택공장으로 고용승계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평택공장은 구미공장과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고용승계는 할 수 없다”고 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하던 기간 평택공장에서는 노동자 30명의 신규 채용이 이뤄졌다. 최현환(44)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은 “숙련된 이들이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신규 채용을 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고용승계 대신 손배 가압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고 노동자 10명의 전세자금과 주택 등에 4천만원씩 모두 4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회사가 낸 공장철거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구미시는 한국옵티칼의 공장 철거 계획을 승인했다. 소현숙씨는 “우리 잘못으로 공장에 화재가 난 것도 아니고, 다만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데 회사도, 법원도, 시청도 모두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옵티칼 누리집에는 경영이념으로 지역사회 공헌과 사원 생활 향상 및 행복을 꼽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과 ‘사원 행복’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4440.html


* 노무법인 한길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nguilhrm/223664908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