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HOME > 정보센터 > 노동소식

제목 ‘자기규율’ 강조하더니, 사업장 22.9% “위험성평가 안해” 등록일 2025.02.11 16:40
글쓴이 한길 조회 1916

▲ 민주노총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회의실에서 위험성평가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내세운 위험성평가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평가 자체를 실시한 적이 없거나 실시 대상 유해·위험요인 기준을 모르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는 노동계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노동부 고시 개정으로 노동자 참여를 확대했는데도 사업장 10곳 중 6곳 정도가 위험성평가 단계별로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으려면 사업주 처벌 규정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민주노총 소속 제조·건설·화학·보건의료·운송·서비스 등 46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험성평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험성평가란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사업주 등이 스스로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수립해 이행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2022년 12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노동자 참여 보장 미흡

10곳 중 3곳 “대상 기준도 몰라”

노동부 고시인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각 사업장은 연 1회 정기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조사결과 사업장 10곳 중 4곳(38.4%)은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적 없다’고 답한 곳도 22.9%나 됐다.

위험성평가 대상 작업 범위가 협소하거나 기준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위험성평가는 업무 중 노동자에게 노출된 것이 확인됐거나 노출될 것으로 예측되는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 실태조사에서 ‘감정노동, 정신건강 분야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업장이 22.4%, ‘화학물질 분야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사업장이 7.3%였다. ‘실시 대상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도 28.6%나 됐다.

지난해 5월 고시 개정을 통해 노동자 참여 보장을 확대했지만 현장에서 이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해·위험 요인 파악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한다고 답한 사업장은 43%였다. 이 밖에 △위험성평가 방법 결정(43%) △평가 후 현장 개선안 수집(34%) △현장 개선 이행 여부 점검(33%) △평가 결과 및 개선계획 보고(31%)를 할 때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곳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청 사업장에서 원청이 하청노동자 작업에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는 경우는 10곳 중 3곳(32.8%) 꼴로 미미했다.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작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급한 경우 하청사업장에 대해 원청 사업주와 하청 사업주가 각각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하지 않는다’는 사업장이 34.2%였고 ‘실시하지만 형식적이다’라는 답이 33%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의 핵심 사업으로 위험성평가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시켰지만 기본사항인 유해·위험 요인 파악부터 노동자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위험성평가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노동부에 보고 의무가 없어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독일 처벌 규정 존재 … 한국도 법 개정해야”

사업주 처벌 규정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승우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 현행 법령은 위험성평가를 사업주에게 의무화했으나 불이행에 따른 제재조항이 없어서 이를 강제할 실질적 방법이 부재하다. 위험성평가 미실시에 대한 처벌을 법제화하고, 위험성평가 전체 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았을 때 상응한 벌칙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배달의민족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이 3년 연속 산재 승인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혔는데도 산재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정부는 단속 위주의 정책만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위험성평가에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을 명시할 것 △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 대상을 종사자로 규정할 것 △위험성평가시 노동자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전 과정에 노동자 대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노동자 참여 및 활동시간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자기규율’ 강조하더니, 사업장 22.9% “위험성평가 안해” < 노동안전 < 안전과 건강 < 기사본문 -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