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일자리 세대충돌 정부가 정년연장한 공무직 구청 채용 지원자 30%가 청년 대구시 일부도 65세까지 연장 장년층 고용 10명 늘리면 청년 일자리 11개 줄어들어 2030 "국민연금 불만 큰데 일자리까지 불이익은 안돼" ◆ 정년연장 딜레마 ◆

충분한 대책 마련과 준비 없이 정년 연장 논의가 봇물을 이루면서 청년 일자리 감소, 나아가 세대 간 갈등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공무직 노동자들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이로써 환경미화,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행안부 소속 무기계약 근로자 2300여 명이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대구광역시도 본청과 산하 사업소에 근무하는 공무직 412명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더 일할 수 있게 된 고령자들은 환영하지만 청년들은 자신들이 일할 기회를 빼앗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한 구청에서 진행한 환경공무관 채용에 20·30대 지원자가 30%를 넘었다.
이 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우리 구에서도 기존 환경공무관 정년이 연장된다면 신규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30세 A씨는 정년 연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상담교사를 목표로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는데 기존 교사들의 정년이 늘어나면 신규 교사 채용이 줄어드는 건 뻔한 일이 아니냐"며 "가뜩이나 올해 316명에서 내년 154명으로 채용이 줄었는데 갑갑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해 노동경제논집에 발표한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23~27세 청년층의 전일제 임금 근로 일자리가 6% 감소했다.
김 교수는 "장년층(56~60세)에 의한 청년층(23~27세)의 대체효과를 환산할 경우 장년층 고용 1명 증가에 따라 청년층 전일제 고용은 적게는 0.29개, 많게는 1.14개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통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민간 기업에서 고령층(55~60세)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정년 연장이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직 활동에 나서고 있는 또 다른 대학생 27세 B씨는 정년 연장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여파가 취업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2030세대는 이미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등 기성세대의 결정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정년 연장을 실행하기 이전에 세대별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2040~2050년 됐을 때 어르신과 젊은이들 간 비율을 감안하면 인력이 부족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며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년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이중근 대한노인회 신임 회장이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75세로 높이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한 총리는 "신중하고 중요한 아이템으로 보고 검토할 것"이라면서 "한 직역의 주장보다는 사회의 전체 분야를 고려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 문지웅 기자 / 류영욱 기자 / 박동환 기자]
*출처 :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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