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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대재해 반복 '모르쇠', 영풍,아리셀 '대표이사 구속' 결정타 등록일 2025.02.11 17:09
글쓴이 한길 조회 755

2년 전 비소 중독사고에도 재발방지 부실

아리셀도 4번 화재사고 무시

‘비소 중독’ 영풍 석포제련소와 ‘23명 화재 사망’ 아리셀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연이어 구속기소 된 배경에는 ‘유사한 사고의 반복’이 공통 작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반복에도 제대로 후속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원청 대표가 구속기소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평가다.

비소 중독에 ‘출입통제·정기점검’ 계획 마련

10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영풍 석포제련소 공소장에 따르면 비소 중독으로 하청노동자가 숨진 영풍 석포제련소는 과거 유사 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했는데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재차 급성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6일 경북 봉화군의 석포제련소 공장 2층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명이 교반기 상부 모터를 교체하던 작업 중 비소(아르신) 가스에 노출돼 60대 노동자 A씨가 숨지고 B씨 등 3명이 상해를 입었다. 이와 관련해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는 지난달 23일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상윤 석포제련소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박 대표가 구속된 배경에는 ‘유사사고 반복’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공소사실을 보면 이번 사고 1년10개월 전인 2022년 2월 제련소 노동자에게 삼수소화비소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삼수소화비소는 소량의 비소가 있는 곳에 수소가 있으면 쉽게 발생하는 급성중독 물질로 알려졌다. 주로 비소를 함유한 금속이나 천연 광석이 있으면 발생한다.

당시 비소 중독이 발생하자 사측은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삼수소화비소 발생공정 안전 및 보건관리 통제계획’을 마련하고, 지난해 2월 공장 3층에 비소 측정기 네 대를 설치했다. 통제계획에는 비소 측정기에 기준치인 0.005피피엠(ppm) 초과하거나 작업자가 방독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공장에 출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전관리팀에서 월 1회 정기점검도 실시하도록 했다.

‘40센티’ 탱크 구멍, 기준치 ‘200배’ 비소 중독

그런데도 제련소장 등 회사 관계자들은 측정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탱크 상부에 직경 약 40센티미터의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작업하며 변을 당했다. 탱크에 구멍이 생겼다면 가스나 분진을 밀폐하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야 했지만, 설비는 전혀 없었다.

특히 사고 당시 비소 수치는 기준치의 약 200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공정은 전 과정에서 비소와 아연분말·황산이 반응해 삼수소화비소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탱크 상부의 구멍을 통해 노동자가 비소를 흡입할 가능성도 컸다. 실제 지난해 12월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비소가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고, 오후 1시45분부터 오후 2시까지는 비소가 기준치보다 200배 높은 1피피엠으로 확인됐다.

작업 탱크 관리도 부실했다.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들은 비소의 화학적 특성이나 비소가 미치는 영향, 보호구 착용 등 예방상황을 노동자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작업책임자가 없었고 통제계획 준수 여부도 점검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비소 누출 위험성이 있는 작업장에서 호흡용 보호구도 착용하지 못했다. 방독마스크가 아닌 방진마스크를 착용한 채 작업해야만 했다. 노동자 A씨는 결국 사고 사흘 만인 12월9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영풍 의무위반 5개 적용, 아리셀과 닮은 꼴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더구나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최근 9개월 사이에 노동자 3명이 숨지기도 했다. 검찰은 박영민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조항 5개를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 업무 전담 조직 마련(4조2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하도급업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 평가기준 마련(4조9호) 등을 박 대표가 위반했다고 봤다.

영풍 석포제련소 사고는 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와 닮았다. 아리셀은 2021년 11~12월 연속으로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이듬해 3월 폐전지 화재가 일어났다. 올해 6월22일에는 전지 폭발 사고가 났고, 결국 이틀 뒤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네 차례의 반복된 사고에도 재발방지 대책 없이 무리하게 생산을 가동하면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숨졌다. 과거 사고에도 조치가 미흡했던 영풍 사고와 유사하다.

김주영 의원은 “아리셀과 마찬가지로 영풍 또한 유사 사고 반복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않아 사업장 내 같은 사고가 다수 발생했고, 결국 원청 대표이사가 구속되는 참사 발생에 이르렀다”며 “두 사례가 ‘중대재해는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만큼 사업주들이 평소 작은 위험요소들부터 철저히 관리해 안전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 대해 국정감사 증인을 신청한 의원은 환노위원 16명 중 민주당 김주영 의원과 이용우 의원뿐이다. 그러나 환노위는 박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아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