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제주항공 자회사 제이에이에스(JAS)에서 지상조업을 하던 30대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뇌출혈이었다. 다행히 의식을 찾았지만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학창시절 축구선수였던 그가 쓰러진 이유로 장시간 노동이 지목된다. 쓰러지기 전달 연장근무 시간은 90시간을 넘었다. 항공기 지상조업은 대표적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다.
잠자는 시간 빼고 일했다
김준민(가명·36)씨는 2021년 11월부터 JAS 소속으로 제주공항에서 지상조업 업무를 했다. 주로 활주로에서 수하물 상하역, 탑승객·승무원용 버스 운전, 항공기 유도·견인, 기내 오수 처리 등을 했다. 김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건 입사 다음해 크리스마스였던 2022년 12월25일. 그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사흘 전인 22일부터 무단결근해 사측 관계자가 주거지를 찾았다가 그를 발견했다. 한 달여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자가호흡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간병인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김씨 가족은 과로 산재를 의심하고 있다. 연장근무 시간이 월 최대 90시간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기본 근무시간은 주 5일 하루 8시간이다. 출근시간은 새벽 5~7시, 오전 10시~오후 1시 등 불규칙했다. 비행기 연착 등으로 연장근무가 많은 지상조업 특성을 고려해도 연장근무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면 김씨는 쓰러지기 전 6개월간(2022년 7~12월) 월평균 79.1시간 연장근무했다. 많게는 97.83시간(8월), 91.35시간(11월)에 이르렀다. 쓰러진 12월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달(9월)도 69시간이었다. 쓰러지기 전 12주간 주평균 17.65시간 연장근무했다. 주 평균 60시간 가까이 일한 것이다. 제주공항은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만 운행해 주로 주간연장이었다. 휴게시간은 1시간뿐이었다.
고정연장수당을 놓고 노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급여명세서에는 주·야 연장근무 외 ‘고정연장’으로 월 15시간씩 책정돼 있다. 사측은 매일 출퇴근 전후 20분씩 총 40분을 작업복 입는 시간 등으로 보고 고정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 15시간은 실근로시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측 주장대로 15시간을 제외한다고 해도 12주간 주 평균 14.12시간 연장근무했다. 주 52시간 이상 일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근무시간 특례업종이라 장시간 노동이 가능했다. 다음 날 업무 시작 전까지 최소 휴게시간(11시간)은 지켜졌지만, 그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내내 일했다. 아침 6~7시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는 날이 일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종업계에서 20년 이상 지상조업 업무를 한 김아무개씨는 “좁은 공간에서 구부린 자세로 항공편마다 100~150개 수하물을 날라야 하는데 특히 제주공항은 항공기 폭이 좁은(narrow) 기종들이 많아 노동자가 직접 수하물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외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위와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며 비행기 소음과 분진도 감내해야 한다”며 “고강도 업무에 오래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인력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씨 아버지는 “아들이 제주 원주민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고되다고 했었다”며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를 했고, 축구라면 밥도 안 먹고 할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상조업 ‘만성과로’ 사례 더 있다
김씨와 비슷한 업무를 했던 지상조업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A지상조업사에서 18년간 일했던 이아무개씨는 40세였던 2017년 4월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산재 신청을 했으나 불승인 처분됐다. 발병 전 12주간 주 52시간 이상 일하지 않았다는 사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씨측에서 업무시작 전 작업지시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실근로시간을 재산정하면서 주 52시간 이상 일했단 사실이 받아들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재심사에서 주 평균 업무시간이 53시간28분으로 장시간 일한 점뿐 아니라 불규칙한 교대제 업무, 외부날씨에 따른 온도변화와 항공기 소음에 따른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점, 수하물 상하차 및 운전으로 인한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은 점 등으로 김씨가 만성 과로에 시달렸다고 판단했다.
이씨를 대리한 성경남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전)는 “뇌출혈이 오는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잠자는 시간 빼고 일하는 장시간 노동의 경우 업무적 요인을 빼고 다른 데서 원인을 찾는 게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씨 아버지는 “수억 원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벅차다”며 “간병비도 비싸 하루 일하고 하루 간병하며 걸어 다니면서 졸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도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청춘)는 “항공 시간표에 따라 일해 휴게시간에도 다 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근로시간은 더 길 가능성이 있다”며 “사측은 현장조사 등 사실관계 확인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공항의 특성상 바람 등 이유로 추가근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본인이 근무시간을 확인해 연장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회사가 실근로시간을 허위로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를 은폐하려고 한 적 없고 김씨측 대리인 요청에 따라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며 “산재 신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제주항공 자회사 지상조업 청년노동자는 왜 쓰러졌나 < 노동안전 < 안전과 건강 < 기사본문 -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