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기준 글로벌 2위인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유례없는 독일 본토 공장 폐쇄 위기에 직면했다. 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속에서 노사는 지난해 말 70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통해 폐쇄를 막아냈다.
공장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노조에서 양보한 권리는 상당하다. 인력 3만5000명 감축에 더해 5%의 임금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활용하기로 했다. 보너스와 휴가수당도 반납했다. 자칫 굴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낸 노조는 'IG메탈'이다. 1984년 7주간의 파업을 통해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강성노조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내세웠다. 정년 연장과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도 요구했다. 사실 이 요구안은 과거에 비춰볼 때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이 인력 감축, 공장 폐쇄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꺼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올해 상생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음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임금협상은 전년도 실적에 기반한 것이며 현대차그룹의 실적은 아직 건재하다는 반론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진행 중이며 유럽 시장의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노조가 이 같은 요구안을 지속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 2라인이 최근 휴업에 들어섰다. 표면적 이유는 전기차 캐즘이지만, 따져보면 미국 HMGMA(현대차메타플랜트아메리카)가 물량 상당수를 가져감에 따라 국내 물량이 줄어든 탓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지정학적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 변수를 조정하기는 어렵지만, 노조도 국내 공장 생산의 매력을 갖출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박제완 산업부 기자]
*출처
[기자24시] 폭스바겐과 현대차의 노조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