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라마 제작현장 보조출연자들의 처우는 KBS와 기획사 간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공영방송사를 기준으로 타방송사와 제작사들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KBS 역시 기획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보조출연자 불법파견 가능성이 짙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이를 보고받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보조출연자 노동환경은 그대로다. 불법파견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보조출연자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노동부는 한 노무법인에 ‘방송보조출연자 고용실태점검 및 고용구조 개선 컨설팅’을 위임해 지난해 10월 결과보고서를 받았다. 실태점검은 드라마 제작사 6곳,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기획사 4곳, 드라마 촬영현장 9곳을 같은해 5~7월 인터뷰·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드라마 배경인물을 연기하는 보조출연자는 ‘가짜 사장님’이 대다수다. 기획사와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맺고 사업소득세 3.3%를 뗀다. 그 배경에 불법파견 문제가 있다. 보조출연 업무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파견대상이다. 하지만 파견 허가를 받은 기획사는 한 곳도 없다.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는 기획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보조출연자들을 공급받는다. 노동법상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용직 중에서도 보조출연자 노동조건이 열악하다고 손꼽히는 이유다.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은 “출연료는 두 달이 지나서야 받고, 관계자에게 상납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구시대적 관행이 뿌리 깊다”며 “방송사와 제작사가 무허가 기획사와 계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최종결정자는 연출PD”
컨설팅 보고서를 살펴보면, 보조출연자는 파견노동자에 가까워 보인다. 제작사·기획사 관계자들 인터뷰에 따르면 실제 촬영현장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은 연출PD다. 촬영 스케줄과 촬영 장면 완성 등 진행상황을 최종 결정한다.
문제는 현장반장이다. 반장은 기획사 소속으로 보조출연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다. 누구에게 어떤 배역을 맡길 것인지 결정하고, 연기를 지도하기도 한다. 앞서 노동부는 2019년 위탁연구한 ‘드라마 보조출연자 도급운영 실태점검’에서 기획사가 반장을 통해 보조출연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있다며 적법도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컨설팅은 반장이 연출PD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연출PD가 보조출연자 인원과 성별·나이대·역할을 최종 결정하면, 반장은 이에 따라 출연자를 모집해 투입할 뿐이다. 보조출연자의 근무시간과 장소 역시 연출PD 결정에 달려 있다. 각 촬영 장면별 보조출연자 연기의 완성(종료)은 연출PD의 ‘컷(오케이)’ 사인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반장은 연출PD에게 귀가 여부를 최종 확인받은 뒤 보조출연자들을 귀가시킬 수 있다.
보고서는 “보조출연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며 “업무내용 결정권이 없고, 구체적·개별적 지휘·감독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보조출연자는 촬영신의 배경적 역할을 담당하는 특성상 조·주연 배우의 연기 및 연출PD 등 결정에 따라 신의 종료 여부가 결정되는 등 독립적으로 드라마 신을 구성하거나 완성할 수 없다”며 “이런 특성상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에 부합하지 않는 업무”라고 평가했다. 기획사 스스로도 노무제공 역할에 불과하다고 인식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파견법대로 하자”
최근 달라진 현장반장의 역할 또한 보조출연자들 노동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획사 소속으로 ‘관리자’ 역할을 하던 반장이 이젠 기획사와 제작사·방송사 계약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주로 연출PD가 먼저 현장반장을 선정하고 반장이 계약할 기획사를 물색한다. 반장과 기획사는 제작사·방송사로부터 받는 이익을 나눠 갖는다.
문계순 위원장은 “반장과 이익을 나눠야 하는 기획사들이 보조출연자들의 실비(지역별 지원금·교통비·식비·숙박비 등)에서도 10% 수수료를 떼 간다”며 “연출PD와 반장 간 사적 계약이 이뤄지면서 보조출연 노동자들이 더 피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위원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보조출연 일을 하고 있다”며 “파견대상으로 정한 파견법대로 하자는 것인데 노동부가 수십년간 외면해 노동약자들이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석영 기자 getout@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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