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길을 걷다 아파트 외벽에 두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길게 늘어뜨린 밧줄에 몸을 묶은 채 곡예하듯 페인트칠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의 숙련된 움직임에 따라 어느새 낡은 아파트 외벽이 환하게 변해갔다. 두 사람은 취업을 위해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인 것으로 보였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아파트 외벽 도장 작업을 하다 한 명이 추락해 사망한 뉴스가 머리를 스쳤다.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2년째 일을 시키면서 고의로 임금을 체불한 악덕 고용주가 구속됐고, 지방 소도시의 한 유리 제조 업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이역만리에서 모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려고 밧줄 하나에 생명을 걸고 일하다가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각종 산업 현장에는 우리가 흔히 '외노자'라고 부르는 이들이 엄청나게 들어와 일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일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한국 사회의 인종 차별과 편견으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몇몇 산업 현장은 아예 멈춰 설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현재 인구절벽과 함께 노동절벽에 처해 있다. 나라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급증할 것이 예상된다.
차제에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기존의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확대, 법률적·행정적 지원 등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국내 상주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할 이민청 신설도 정부의 공약대로 조속히 실천에 옮겨주기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사회적 인식 전환과 이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해 보인다.
외국인 노동자는 분명 우리를 대신해 일하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분들이 아닌가. 우리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눈물을 보고, 그들의 들리지 않는 탄식 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파트 외벽을 칠하던 두 사람이 무사히 작업을 끝내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김은경 (서울 동대문구)]
[독자칼럼] 외국인노동자와 공존을 위하여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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