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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6년 경력' 조선소 노동자 허리디스크, 법원 '업무상 재해' 등록일 2023.06.01 17:06
글쓴이 한길 조회 328
약 26년간 조선소에서 근무하며 허리디스크가 발병한 노동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전체 근무기간 중 일부만을 전제로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지만, 법원은 ‘신체부담업무’라며 공단 판정을 뒤집었다.

한 차례 요양에도 14년 후 증상 재발
공단 ‘일부 기간’ 업무만으로 불승인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조서영 판사)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 A(5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 16일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1994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입사해 파이프 배재·운반신호수·트랜스포터 신호 및 블록 적재·도장·TBP(Top Bridge Pad) 설치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이후 조립부 운반 신호수를 하던 중인 2003년 4월 허리를 삐끗했다. 진료 결과 추간판 탈출증과 요추부 염좌 진단이 나왔다.

이듬해 1월부터 약 2년간 요양하면서 장해등급 12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14년여 흐른 2020년 11월 요추간판탈출증과 요추협착증을 추가로 진단받았다. A씨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최근 2년간 수행한 TBP 설치와 도장작업은 중량물 취급 및 부자연스러운 작업자세 등 허리부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하지만 신호업무와 블록 적재작업 등은 허리부담이 비교적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전체적으로는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허리 부분의 신체부담 업무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발생·악화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담당한 업무는) 중량물을 취급하거나 반복적인 허리 굽힘·젖힘·비틀림 자세를 취해야 하는 작업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허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신체부담 업무에 해당한다”며 “A씨가 각 업무를 장기간 수행했던 점까지 더해 보면 상당한 육체적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 “장기간 중량물 취급, 육체 부담 상당”
감정의도 “과거 병력, 지속적 통증 누적에 기여”

법원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 소견도 판단을 뒷받침했다. 감정의는 “A씨가 장기간 담당한 운반신호수 업무는 허리에 상당히 부담이 가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트랜스포터 신호 및 블록 적재, TBP 설치 업무 또한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작업이며, 파이프 배재·도장 작업 역시 근골격계에 부담이 되거나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의견을 냈다.

A씨가 과거 허리디스크 관련 질병을 앓은 부분 역시 업무상 재해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A씨는 2003년께 업무상 재해로 요추부(4~5번)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요추가 상대적으로 신체부담 업무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 감정의도 약해진 요추에 지속적으로 손상이 누적돼 허리디스크 악화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소견을 제시했다.

반면 신경외과 감정의는 “업무 기여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상병의 정도가 경미하다거나 A씨 연령대에서 통상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퇴행성 질환의 정도를 초과하지 않는 정도라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지적했다.

A씨를 대리한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의 경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판정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A씨가 허리부담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처분 내용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재해자는 조선소에서 거의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공단 조사에서는 최근 몇 년간의 근무만 강조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에서 의무기록을 최대한 상세히 정리하는 등 다양한 자료를 제시해 진료기록감정을 통해 업무부담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forthelabor@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