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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대제철·한화오션, 법원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 등록일 2025.08.08 11:06
글쓴이 한길 조회 1320
원청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다시 한번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미 CJ대한통운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기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보다 후퇴한 정부안이 일부 공개된 가운데, 법원 판단이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재판부 “당사자 아니라 교섭 배제, 단체교섭권 무력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25일 현대제철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한 한화오션 소송에서는 의제별로 부당노동행위 인정 여부가 갈렸다.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사건은 1심 결론이 나오기까지 각각 3년과 2년5개월이 걸렸다.

재판부는 행정소송에서는 이례적으로 판결문 일부를 낭독했다. 최수진 부장판사는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현실적 기회를 부여받을 때 그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며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단지 근로계약에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상대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면 하청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노조법의 ‘사용자 개념’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최 부장판사는 “노조법상 단체교섭 상대방의 사용자는 반드시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근로계약 관계 유무와 상관없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했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는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누구와 단체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산업안전’ 사용자 지위 인정
한화오션, 성과급·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부당노동행위

이를 전제로 현재제철의 산업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은 당진공장 내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의 안전과 관련된 요소를 지배·통제하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021년 7월 현대제철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거부됐고, 중노위는 교섭의제 중 ‘산업안전보건’으로 한정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법원도 중노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한화오션 사건에서는 의제별로 판단이 갈렸다. 재판부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2022년 4월 한화오션에 요구한 5가지 교섭의제 중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에 대해선 원청의 교섭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하지만 △노조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 의제는 한화오션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회의 구제 신청을 기각했으나 중노위는 초심을 뒤집고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인정했다. 한화오션은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업무 방식, 하청업체의 회사에 대한 종속 정도, 하청업체에 대한 성과급 및 학자금 지급 방식과 재원, 안전 관련 각종 지침 및 규정 운영 상황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판결은 환영 … 정부안 “후퇴” 비판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정부안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선고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원은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하지 못하면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국회에서 개정하려고 하는 노조법 2·3조 내용이 딱 여기까지다. 국회는 지금껏 법원과 노동위원회 뒤꽁무니를 쫓아왔을 뿐이고, 노동자들이 지난한 소송으로 권리를 확보하면 그만큼만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지금 국회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퇴한 노조법 개정 정부안을 지적했다. 이김춘택 사무장은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통해 각각 사안에 대한 교섭범위와 교섭대상을 자신들이 결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윤석열 정부가 거부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더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원청이 교섭에 나오라고 법원이 판결하는데도 현대제철 자본은 절대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실제 사용자가 교섭에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청 노동 현장의 산업안전·노동조건·노조활동 등에 원청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없다.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입법기관은 원청 교섭에 새 패러다임이 열린 것을 확인하고 노조법 개정안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플랫폼·프리랜서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다루고, 노동자 추정 조항·사내하청 원청 책임 간주 조항을 명시하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손잡고)는 논평을 통해 “불법파견·산업안전·부당노동행위 같은 기업의 불법행위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노동부가 원·하청 교섭을 주재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며 “노동부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정의와 사용자 책임 규정을 노동부에 맡기라고 주장하기 이전에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제동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한길평생교육원 : https://blog.naver.com/insahangil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