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급여 규정에 ‘정기상여금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있더라도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는 지난 11일 경주 소재 자동차 부품회사인 일진베어링 소속 노동자 6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고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온 정기상여금(연 750%), 설날과 추석, 여름휴가 때 주는 특별상여금, 임금보전수당 등이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회사가 노동자 1명당 지연이자를 포함한 6300만원(평균)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 관련 회사 급여관리 규정에 재직자 조건이 있으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회사 쪽 논리를 부정했다. 통상임금은 회사가 연장근로, 휴일근로,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 개념이다. 판례는 기본급 외에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한 것으로 본다. 통상임금이 많을수록 야근수당, 휴일수당, 퇴직금 등이 올라 노동자에게 유리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갑을오토텍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회사 취업규칙 등에 특정 시점 재직 노동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은 고정적이지 않다고 보고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직자 요건이 있는 임금도 통상임금으로 보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른다. 서울고법은 2018년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소송에서 처음으로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 6년째 심리 중이다. 이번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회사가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재직자 조건이 없다는 점을 들어 “노사 간에 퇴직자에게는 퇴직 이후의 정기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관행이 확정적으로 성립했다거나 그에 관한 근로자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근무 형태 변화로 인해 지급한 임금보전수당을 통상임금에 넣지 않기로 한 노사 합의에 대해서도 임금보전수당을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효로 판단했다. 노동자 쪽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로, 특히 무노조 사업장에서 재직자 조건을 넣는 식으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재직자 조건을 이유로 고정성을 부정하려는 회사 쪽 주장을 배척하고, 엄격하게 판결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한겨레,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한길블로그: https://blog.naver.com/hanguilhrm/223642917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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