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2년이 선고됐다. 2022년 1월27일 법 시행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2호 선고’인 한국제강 사건(징역 1년 확정)보다도 형량이 높다. 안전보건 관계 기관의 여러 차례 경고에도 사업주가 사고 위험성을 간과한 부분이 실형 선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산재 반복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기존 판결과 비교하면 ‘전향적’ 판결이라는 평가다.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고용노동부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주노동자 끼임사’ 문 개방 상태에 기계 작동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3단독(이재욱 판사)은 지난 4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양산시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주식회사 엠텍’ 대표 A(35)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인은 벌금 1억5천만원이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총괄이사 B(51)씨는 금고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네팔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금형 기계에 협착돼 목숨을 잃은 사고다. 노동자 C(사망 당시 41세)씨는 2022년 7월14일 오전 10시께 다이캐스팅 기계의 내부 금형을 청소하던 중 금형 사이에 머리가 끼여 두개골이 파열돼 즉사했다. 기계 상하단의 안전문 방호장치가 모두 파손돼 있는데도 잠금장치인 ‘인터록’이 설치되지 않아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기계가 작동됐다. 사고 위험성이 컸는데도 작업 전에 기계가 정지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대표 A씨가 ‘기계 결함’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산업안전보건책임자를 맡아 공장 안전 현황을 보고받았다. 2021년 9월부터는 안전점검을 위탁받은 대한산업안전협회의 경고가 이어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협회의 안전관리 상태보고서 등을 통해 기계 중 일부 안전문 방호장치가 파손돼 안전문을 열어도 기계 작동이 멈추지 않는 결함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사고 있어” 안전전문기관 경고 ‘외면’
‘빨간불’은 지속해서 들어왔다. 2021년 9월부터 사고 열흘 전까지 약 10개월간 사고 위험성이 지적됐다. 협회는 “기계에서 청소작업 같은 비정형작업을 할 경우 끼임 재해 발생 위험성이 있다”며 “전원 차단, 전원투입부 시건 등 안전조치를 한 후에 작업을 수행하라”고 경고했다. 또 출입문이 개방돼 있어 노동자 출입시 충돌·끼임재해 발생 위험이 있어 인터록을 임의로 해제하지 말라고도 했다. 사고 2~4개월 전 실시한 정밀 안전점검에서도 같은 지적이 반복됐다.
협회가 보낸 ‘마지막 경고’도 무용지물이었다. 협회는 사고 열흘 전인 2022년 7월4일에도 안전관리 상태보고서를 통해 “최근 울산에서 유사한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므로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해 문이 개방될 경우 작동이 멈추는 인터록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사한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안전조치 사항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C씨가 소속된 주조팀의 팀장은 안전점검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고, C씨는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채 변을 당했다. 안전보건공단도 사고 설비를 포함한 제품들이 방호장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법원 “안전문제 방치, 유족 합의 선처 안 돼”
검찰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4조8호) △안전·보건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 여부 반기 1회 이상 점검(5조)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정한 의무 4가지를 A씨가 위반했다고 봤다. 방호장치 결함으로 사고 위험성이 지적되는데도 인력 배치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안전보건 관계법령상 의무이행’ 위반이 적용된 것은 현재까지 선고된 판결 중 두 번째다. 엠텍은 상시근로자 60명을 사용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법원은 ‘경고’를 무시한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회사의 전반적인 안전 문제를 방치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특히 “최근 울산에서 같은 유형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보고서를 본 직후라도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 직후 신속하게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고 시정조치를 마련했더라도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동안 대부분 판결에서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 △유족의 처벌불원의사가 형량 감경 요소로 언급돼 법정 최저형(징역 1년) 미만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