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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미콘기사, 노조법상 근로자 아냐” 노동위 결정 ‘후폭풍’ 등록일 2024.06.07 09:19
글쓴이 한길 조회 971
레미콘기사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성이 노동위원회에서 부정당한 사건을 계기로 노조할 권리가 박탈된 특수고용직 처지가 다시 수면에 드러나고 있다.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노동기본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노동계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산재보험·고용보험까지 적용받는데
18년 전 대법 판결 앞세워 노동자성 부정

6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조(위원장 임영택)는 경기지방노동위의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이의신청’ 기각 결정에 불복하고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중노위에서도 기각되면 행정소송 등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법률 대응을 한다.

노조는 특수고용 노동자만으로 구성된 노조 중 최대 규모다. 등록된 전국 레미콘 차량 2만6천여대 중 1만4천대가량을 조직하고 있다. 경기도에 노조설립 신고를 했으나 2020년 용인시청에서 신고증을 받았다. 노조사무실이 용인시에 소재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조활동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호남·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경기지역(혹은 용인지역) 조합원은 법내노조 소속, 그 외 지역 조합원은 법외노조 신분이다. 전국단위 노조로 전환하기 위해 2021년 12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전국레미콘운송노조라는 이름으로 노조설립을 신고했지만 신고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레미콘기사의 노조법상 노동자성 여부에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행정관청의 노조인정과는 별개로 노조는 2022년 서울·인천·경기지역 레미콘 제조사들을 상대로 통합(공동)교섭을 추진했다. 사업장을 넘어서는 지역교섭을 성사하면서 2년간 운송료 24.5% 인상을 끌어냈다.

올해 임금·단체 교섭도 지역교섭으로 추진했다. 노조는 경기권 레미콘 제조사 90여 곳에 교섭을 요구했고, 제조사들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자 경기지노위에 이의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는 지난달 13일 심판회의에서 기각 결정했다. 회의 참가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기지노위는 레미콘기사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개인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심판회의에서는 2006년 5월 대법원 판결이 거론됐다. 충남 아산 레미콘기사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부존재 확인 등 소송에서 “(레미콘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판결이다.

경기지노위 결정에 대해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레미콘기사 대부분은 특정 업체와 계약에 따라 해당 업체에 대한 소득 의존성이 강하고 운반비 등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데에서도 열위에 있고, 산재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등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18년 전 나온 대법원 판결을 심판회의서 참조하면서도 위와 같은 사회적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레미콘기사에 2008년 7월부터 산재보험을, 2021년 7월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등 노동법을 통한 보호를 확대하고 있다. 산재보험을 적용받은 지는 무려 16년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의미다.

현장에선 단체교섭하고 있는데…

노조는 노동위의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고서도 이의신청을 냈다. 2020년 노조설립 신고를 한 이후 노조의 주요 과제는 ‘노조활동 보장’이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도입 등을 통해 특수고용직 레미콘기사 노조를 사용자와 정부에게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조인철 노조 홍보국장은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제조사와 단체교섭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지부장 등 노조간부들과 논의한 결과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노조를 인정받는 길을 걷자고 뜻을 모아 이의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전국학습지산업노조가 7년의 소송 전 끝에 2018년 대법원에서 노조법상 노동자로 판명되는 등 재판을 통해 노동자성을 확인받는 과정이 험난함을 잘 안다”며 “우리 노조의 중노위 재심이나 소송 결과에 따라 탱크로리 기사 등 레미콘기사와 유사한 고용형태로 일하는 다른 업종의 노조할 권리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경기지노위의 이번 결정이 건설부문 특수고용직 노사관계에 찬바람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우리 노조에 소속된 레미콘 노동자는 지역별·공장별로 형성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교섭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조 사건을 들먹이면서 사용자들이 교섭의 회피를 시도하리라 보고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 노조할 권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경기지노위 판정을 노조법 개정 추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사용자는 물론 노동위도 노조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번 사태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동 3권을 행사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며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 이유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