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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정규직 차별 상습범 농협, 시정명령엔 ‘버티기’ 반복 등록일 2024.08.06 17:52
글쓴이 한길 조회 976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가 단시간 노동자 1천345명에게 4억350만원 상당의 중식비와 교통보조비를 지급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게 차별 시정지시를 받았지만,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 부문을 분리해 세운 은행법인으로, 지분 100%를 농협중앙회가 갖고 있다.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의 비정규직 차별은 지난해 2~10월 노동부가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은행·증권·보험회사 등 사업장 14곳을 기획감독하면서 드러났다.

 

농협은행은 보증서 관리, 압류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통상노동자(1일 8시간 근무)에게 중식비 월 20만원, 교통보조비 월 10만원을 지급한 반면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단시간 노동자(1일 7.5시간 근무) 1천341명에게는 미지급했다. 농협중앙회도 같은 사유로 단시간 노동자 4명에게 중식비와 교통보조비를 미지급했다.

 

노동부는 이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8조를 위반한 차별이라며 시정지시를 내렸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은 가능한데,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가 시정지시를 불응하면서, 사건은 노동위원회 심리로 이어졌다. 지방노동관서의 차별시정 지시를 사용자가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지방노동관서는 사건을 지방노동위원회에 통보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2월28일 심판회의를 열고 단시간 노동자에게 중식비와 교통보조비를 미지급한 것은 차별이라며 미지급 금품을 지급하라고 시정명령했다. 농협과 농협중앙회는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고, 현재 사건은 중노위에 계류돼 있다. 기획감독 결과 차별시정지시가 이뤄진 7개 사업장 중 중노위 재심까지 간 사업장은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뿐이다.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쪽은 “단시간 근로자는 시급제 근로자로 급여 구조의 차이에 의한 중식비, 교통보조비 미지급이지 차별적인 처우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노위가 초심을 인용해 노동자 손을 들어줘도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단시간 노동자의 권리구제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차별시정 제도의 한계라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병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무등지사)는 “차별시정제도는 강행법규임에도 기업 입장에서는 차별이 걸리면 그때 시정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있다”며 “기업이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고 져도 기업은 과거 미지급한 차별금품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면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는데, 실제 배상 명령은 드물다. 노동부의 차별시정 명령에도 기업이 불복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농협이 노동부 혹은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명령을 거부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농협은행 설립 전 농협중앙회는 2007년 차별시정제도 도입 후 차별시정 신청 사건이 처음 제기된 사업장이다. 당시 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 10명은 배치전환·임금 산정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을 주장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차별을 인정받았다. 이후 농협은 차별신청을 제기한 기간제 노동자를 해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0년에도 농협중앙회는 정규직에게 지급한 교통보조비·중식비·피복비 등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아 중노위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농협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판결은 2014년 12월 대법원에 가서 최종 확정됐다.

 

이병훈 노무사는 “차별시정 신청을 당사자만 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며 “3개월 단위 계약직이 회사에 차별을 주장한 뒤 재계약이 안 돼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해는 차별 기획감독을 강화해 두 달 주기로 감독결과를 지속 발표할 계획”이라며 “재직 중인 근로자의 차별 신고가 어려운 부분과 관련해 개선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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