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협의회 같은 단체교섭 사안은 노동쟁의 중재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책협의’ 등은 교육청의 정책 결정에 관한 사항에 해당할 뿐 근무조건과 직접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다. 교원 노조 최초로 쟁의조정을 신청한 전교조는 교사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위축시키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대법원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교사의 쟁의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므로 노동위원회가 근로조건을 일정 부분 설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대전광역시교육청과 교육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 노동관계 중재재정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중 중재재정 조항 일부에 관한 판단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교육청이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9개월 만이다. 소송 발단은 전교조 대전지부와 대전시교육청 간 단체교섭 결렬이다. 2013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부는 중노위에 교원노조법에 따라 조정신청을 했다. 교원노조법 9조는 단체교섭 결렬시 당사자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중노위는 약 보름간 조정절차를 진행했지만 양측 입장이 첨예해 조정이 종료됐고, 중재를 개시했다. ‘중재안’에는 △단체협약 이행 점검 및 정책협의회 구성·운영 △보결 수업수당 지급 △교원 업무 부담 경감 △학교 통폐합·이전시 노조와 협의 등 △ 교원 전문성 향상 등을 위한 지원 △영양교사 근무여건 개선 △교육과정 운영시간 조정 △근무환경 개선 △초등 방과후 교육활동 업무 개선 등 총 31개의 단체협약 조항이 담겼다. 그러자 교육청과 교육감측은 교섭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고 일부 중재안 내용은 위법이라는 취지로 2021년 소송을 냈다. 당시 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노위의 중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위법 및 월권에 의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반발했다. 교육청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1심은 본안 소송에서 교육감이 단체협약의 주체라고 판단했다. 교육청은 하부 교육행정기관에 불과해 노동위원회 중재 절차에 참여한 교육감이 교섭 상대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재안 중 8개 조항(보결 수업수당 지급, 교원 업무 부담 경감, 영양교사 근무여건 개선, 근무환경 개선 등)에 대해서만 교섭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정책협의회 구성 △교육과정 운영시간 조정 △대체인력 미비시 전임원감 보결수업 지원 △유치원 방과후전담사 및 초등 돌봄전담사 인력 구성 등 조항은 비교섭대상이라고 봤다. 2심은 ‘교섭대상’ 범위를 13개 조항으로 넓혔다. 영양교사·보건교사의 근무여건 개선을 비롯해 교육활동 강화에 관한 부분을 단체교섭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교육감과 대전지부가 모두 상고하면서 대법원 심리 쟁점은 ‘중재재정 대상 범위’로 좁혀졌다. 대법원은 원심보다 교섭대상 범위를 더욱 늘렸다. 구체적으로 ‘유치원 운영시간과 보결수업’ ‘학생 출결 서류 제출 범위’ ‘특수학급 교사 방과후 교육비 업무 담당’ 등은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교원 업무량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교섭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록 교육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에 속하기는 하나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거나 적다”고 설명했다. 교원 노조의 쟁의행위를 전면 금지한 교원노조법의 ‘한계’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은 주목할 대목이다. 대법원은 “교원노조법이 교원노동조합과 조합원의 쟁의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 인해 노조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수단이 없다”며 “중노위가 교원의 근로조건의 실태와 단체교섭의 경과 등을 참작해 적정한 근로조건을 설정해 줄 필요가 크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교원이 근로조건에 관해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나머지 중재안 내용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특히 교사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협의’를 명시한 8개 조항은 교섭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한 부분에 교원들은 반발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책협의는 교육정책과 관련된 협의를 규정한 내용으로, 교원의 근무여건 특성상 정책협의 역시 처우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하지만 법원은 정책 관련 사항은 비교섭대상이라 판단해 정책협의의 위상을 격하시켰다. 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교원노조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를 대리한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전교조가 상고한 조항 대부분이 사용자에게 확정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아니라 ‘협의할 의무’ ‘노력할 의무’ 정도의 선언적인 내용만으로 구성돼 있다”며 “그 자체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부담의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처 : 2024년 4월 17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forthelabor@labortoday.co.kr 한길블로그: https://blog.naver.com/hanguilhrm/2235264025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