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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원 “레미콘 차주는 노동자”…20년 전 대법 판결 뒤집혀 등록일 2026.02.24 14:22
글쓴이 한길 조회 31

20년 전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노동자라는 하급심 판결이 또 나왔다.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등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은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지난 13일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레미콘노조)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레미콘 운송차주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들을 조합원으로 한 원고(레미콘노조)는 노조법상 노조”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노동자 지위’를 부정한 중노위의 결정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송차주들이 1~2년 단위 운송계약을 장기간 갱신하며 특정 회사에 사실상 전속돼 있다고 봤다. 운송단가와 계약조건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회사의 출하계획에 따라 근무시간과 장소가 결정되는 점 등을 들어 레미콘 운송차주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레미콘 운송차주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부인했던 2006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하급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송을 대리한 이동렬 변호사(법무법인 오라클)는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해온 기조가 반영된 것 같다”며 “학습지 교사들도 예전엔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2018년에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기사의 노동자성은 지난해 부산고등법원 형사 판결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해 1월 레미콘 업체를 상대로 복지기금 명목으로 급여를 받아낸 혐의(공동공갈, 업무방해)로 기소된 건설노조 간부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레미콘 기사들이 노조법상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같은 해 말 부산고등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들의 복지기금 요구와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고 봤다. 이동렬 변호사는 “형사 재판에 이어 노동자성을 본격적으로 다툰 행정 소송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레미콘노조가 2024년 삼표산업 등 레미콘 회사 111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조법에 따른 단체협약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레미콘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이를 시정해달라고 신청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 모두 레미콘 운송차주가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례로 이를 기각했다.

 

레미콘노조는 성명을 내어 “2006년 대법원은 레미콘 운송기사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우리의 손발을 묶어버렸다”며 “시대는 변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에 이어 레미콘 기사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고 환영했다. 이들은 레미콘 회사 쪽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출처: 2026년 2월 19일, 한겨레,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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