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 처리 과정을 개선해 업무상 질병 판정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긴 처리 기간 동안 산재보험 지원 없이 치료비 등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등 산재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걸 해소하기 위한 조처다.
2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 25일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를 열고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노동부는 평균 227.7일(지난해 기준) 걸리던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을 오는 2027년까지 120일로 절반 가까이 단축하는 걸 목표로 업무상 질병 처리 절차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업무상 질병에 대한 판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수행하고 있는데, 재해자가 병원 진료 후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면 특별진찰과 역학조사 등을 포함한 재해조사를 거쳐 공단 지사에 설치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 심의로 업무 관련성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그런데 특별진찰과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미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인정된 경우에도, 질판위가 업무 관련성을 다시 심의하는 등 중복 심사가 잦아 산재 처리가 지연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터다.
이에 노동부는 우선 특별진찰 결과 업무 관련성이 ‘매우 높음’인 경우 뿐 아니라 ‘높음’인 경우나 업무상 질병 추정 적용 대상에 해당될 경우에도 질판위 심의를 생략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별진찰 대상도 축소한다. 특별진찰은 근골격계나 뇌심혈관계 질환, 소음성난청, 정신질환에 대해 의료기관의 진찰과 현장조사 등을 통해 업무 관련성을 판단 받는 절차다. 그간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 관련성이 높게 인정돼왔던 32개 직종에 대해서는 신규 접수 건부터 특별진찰을 생략하고 바로 질판위 심의에 넘긴다. 질병 원인이 불분명할 때 실시하는 역학조사도 줄인다. 반도체 종사자들이 자주 걸리는 8대 상병(백혈병, 악성 림프종, 뇌종양, 유방암 등)이나 광업 종사자에게 발생한 원발성 폐암, 급식 조리 종사자의 폐암 등 이미 역학조사 자료가 충분한 경우엔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질판위가 심의한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