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로 노사관계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성 확대로 앞으로 하청노조는 계약 당사자인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과도 교섭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수십 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해 산업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우려와, 분쟁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공존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사용자 개념(2조2호)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고 돼 있지만 그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법이 시행될 때까지 6개월간 노사 의견을 수렴해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포함한 구체적 지침·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제시한 판단이 토대가 될 전망이다. 27일 <매일노동뉴스>는 노조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 된 사용자성 확대와 관련해 기존 법원 판례와 노동위원회 판정을 다시금 살펴봤다.
‘실질적 지배력’ 첫 대법원 확정된 현대중공업 사건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사용자를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을 맺은 자’로 한정한 기존 판례보다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현대중공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을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했다. 2003년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원청은 이들이 속한 하청업체를 폐업시켰다. 대법원은 하청업체를 폐업시킨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로 보고 부당노동행위 주체로 인정했다.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원청이 작업일시, 작업시간, 작업장소, 작업내용 등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한 점 △하청업체가 사실상 이미 확정돼 있는 업무에 어느 근로자를 종사시킬지 여부에 관해서만 결정한 점 △하청노동자는 원청이 제공한 도구 및 자재를 사용해 작업함으로써 원청이 계획한 작업 질서에 편입된 점 △작업의 진행방법, 작업시간 및 연장, 휴식, 야간근로 등에 대해 원청의 지휘·감독하에 있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사용자’ 중노위 판정 의제 따라 분리해 단독·공동 교섭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도 노조법 개정에 불을 당겼다. 중노위는 전형적인 근로계약관계가 다면적 노무제공 관계로 고용구조가 재편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확대에 물꼬를 튼 판정이다.
중노위는 2021년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판단한다고 판정했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대상은 대리점주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중노위는 택배기사 노동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을 CJ대한통운이 갖고 있다고 봤다. 택배기사 업무가 CJ대한통운의 택배서비스 사업수행에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로서 필수적인 노무이고,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의 전국적인 택배서비스 물류 운송사업 체계에 편입돼야만 택배운송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노조가 제기한 교섭의제 중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은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교섭해야 한다고 봤고, 주 5일제, 휴일·휴가 실시, 수수료 인상 등은 원청과 대리점주가 ‘함께’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 판정은 1심과 2심에서도 유지됐다.
현대제철·한화오션 사건, 의제별 판단 갈려
최근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건 판결도 노조법 개정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은 현대제철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현대제철이 하청노조의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노조가 요구한 4가지 의제 중 산업안전보건에 대해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조는 현대제철에 △산업안전보건 △차별시정 △직접고용 원칙 및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자회사 채용 중단 4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한화오션 사건에서는 의제별로 판단이 갈렸다. 서울행정법원은 7월 한화오션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런데 하청 노조가 요구한 5가지 의제 중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의 교섭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봤고, △노조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 의제는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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