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경위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근로자는 사용자(의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를 시작했는데, 사용자는 2021년 6월29일 근로자를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지했다. 근로자는 2021년 9월21일 노동위원회에 원직복직 및 해고기간 임금상당액 지급을 구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구제신청 사실이 통지되자, 사용자는 2021년 9월30일 근로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다음날 복직 및 출근을 명령하고 해고일부터 복직명령일까지의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복직명령을 받은 근로자측은 같은날 밤 곧장 노동위원회에 이메일을 통해 원직복직을 대신해 금전보상명령신청(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을 했다.
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복직명령은 진정성이 있는 복직명령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금전보상명령을 구할 이익이 존재하고, 해고는 서면통지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복직명령에 진정성이 없다고 볼 수 없고, 사용자의 복직명령이 근로자의 금전보상명령 신청보다 이전에 도달했으므로 구제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근로자는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 이 사건의 쟁점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접수된 이후에 사용자의 복직명령과 근로자의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금전보상명령 신청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 시간적 선후관계에 따라 구제이익을 달리 판단해 왔다.
①근로자가 구제신청 취지를 금전보상명령 신청으로 변경하는 경우, 처음부터 금전보상명령 신청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대신해 금전보상만을 구한 것이므로, 이후에 사용자가 복직명령을 하더라도 구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
②반대로 구제신청 도중 사용자가 한 복직명령이 근로자에게 먼저 도달한 경우라면, 이후에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금전보상명령 신청으로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통한 구제이익이 없다고 봐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사용자의 복직명령이 근로자에게 도달하는 순간 구제이익이 소멸해 버리고, 그 이후에는 근로자가 금전보상명령을 한다고 하더라도 구제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②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이후에 원직복직을 대신해 해고기간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품 지급만을 청구하는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했더라도, 사용자가 그에 앞서 복직명령을 했다면 금전보상명령 신청의 구제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지다. 구제이익이 인정된다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절차 내에서 임금상당액에 관한 분쟁을 종결할 수 있지만, 구제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민사소송 등 다른 절차를 통해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청구해야 한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1심 법원과 원심판결은 사용자가 복직명령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구제이익이 소멸했다고 볼 것은 아닐 뿐 아니라, 심지어 참가인(사용자)의 복직명령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복직명령으로 인해 근로자의 구제신청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이러한 판단은 이 사건과 달리 사용자의 복직명령이 진정성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근로자가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구제이익이 소멸한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원심과 결론을 같이하면서도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대신해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했다면 사용자가 복직명령을 언제 했는지는 물론, 사용자의 복직명령에 진정성이 있는지도 구제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근로자가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한 이상 사용자가 금전보상명령액 이상의 금품을 지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제이익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의 구제이익과 관련해 기존 대법원 입장은 근로자 지위의 회복(원직복직)만을 기본적인 구제이익으로 상정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원직복직뿐만 아니라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구할 이익 역시 독자적 구제이익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를 때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이후 원직복직을 대신해 해고기간 임금상당액만을 청구하는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했다면, 사용자의 복직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가 청구한 금전보상명령액 이상의 금품을 지급한 것이 아닌 이상) 임금상당액을 구할 독자적 이익은 여전히 잔존하는 것이므로 구제이익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노동위원회는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사용자가 복직명령을 하는 경우 기존과 같이 원직복직명령의 진정성 여부(복직명령 시점까지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했는지, 복직에 대해 안내를 했는지 등)를 따져 구제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해 왔다. 그리고 사용자의 복직명령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구제이익 전체가 소멸한다고 보아 온 것이다.
이러한 판단 경향은 심지어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원직복직을 대신해(포기하는 대신) 금전보상만을 청구한 경우에까지 영향을 줬다. 사용자의 진정성 있는 복직명령이 금전보상명령신청보다 먼저 도달하는 경우 구제이익은 이미 소멸해 버렸고, 따라서 근로자는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제도에서 임금상당액을 구할 이익이 독자적 구제이익에 해당한다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해 명시적으로 원직복직명령을 대신한 금품을 청구했다면 사용자의 복직명령은 진정성이 있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고, 금전보상명령을 받을 근로자의 구제이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5. 실무상 영향과 의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사용자의 갑작스러운 복직명령이 이뤄지는 상황은 주로 서면통지의무 위반 등 부당해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해고사건은 비교적 작은 사업장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관계가 이미 악화했다는 사정 등으로 실질적인 복직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용자 역시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복직시켜 근로관계를 회복하려 하기보다는 단지 구제이익을 소멸시키고, 지급해야 할 임금상당액을 복직명령 시점까지로 제한하려는 목적에서 복직명령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사용자의 갑작스러운 복직명령을 받은 이후 복직이 어렵다고 판단한 근로자가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했음에도, 별다른 근거 없이 복직명령의 진정성 여부나 그 도달의 선후관계를 기준으로 근로자에게 구제이익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근로자들은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지급받기 위해 민사소송 등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 절차를 거쳐야만 하거나 심지어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실제로 필자가 대리했던 근로자 역시, 사용자측 대리인이 해고의 실체적 부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임금상당액의 극히 일부를 입금하고서) 진정성 있는 복직명령이 금전보상명령신청보다 먼저 이뤄졌으므로 구제이익이 없다는 주장을 해 결국 구제신청 기각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으나 행정소송에서 혹시 모를 패소비용 부담 때문에 근로자에게 확실하게 승소할 수 있는 민사소송을 권유할 수밖에 없었고, 근로자는 약 3년 만에 임금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사용자 역시 구제신청은 기각시켰지만,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지연이자와 변호사보수 등 구제신청 단계에서 종결됐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까지 치러야만 했다. 승자 없는 싸움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이러한 불필요한 시간·비용의 낭비를 방지하고,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되도록 노동위원회가 대상판결 취지를 반영해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를 때 근로자가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구제이익을 소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근로자가 신청한 금전보상명령 신청액(실무적으로 판정일까지의 임금상당액에 판정서 송달기간·근속연수 등을 고려한 추가 보상금액) 이상의 금품을 지급하는 경우뿐이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의 당사자는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 분쟁의 신속한 종결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한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anguilh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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