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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급 자동으로 올랐는데] 대법원 “기본급 인상했으니 수당삭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아냐” 등록일 2025.03.04 17:09
글쓴이 한길 조회 11
대학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을 인상한 상황에서 상여수당을 삭감한 취업규칙의 변경이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인지는 임금 수준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취업규칙 중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2022년 3월 대법원 법리를 인용했다. 하지만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인상은 ‘공무원보수규정’ 개정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본급 인상의 반대급부로 상여금을 삭감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온다.

1·2심 “기본급·수당 대가관계 없어”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D대학에서 2021년 8월 퇴직한 기간제 교원 A씨가 대학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은 대학이 기간제 교원에게 매달 10개월간 지급하던 상여수당(연간 기본급의 300%)을 2012년 200% 삭감하고, 2013년 3월부터는 전액 지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A씨는 “기간제 교원의 상여수당을 삭감한 2012년과 2013년의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라며 변경 전 취업규칙에 따라 산정한 상여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2021년 10월 제기했다.

특히 A씨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집단적 의사결정에 따른 교원 과반 동의를 얻지 않고 보수규정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측은 2013년 상여수당 미지급이 불리한 보수규정의 변경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임금채권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난 2016년 3월까지 A씨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개정된 보수규정이 효력을 발생했다고 맞섰다.

1심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대학측은 2심에서 기본급이 인상됐다는 주장을 새롭게 꺼냈다. 2012년 기본급을 월 340여만원에서 450여만원으로 대폭 인상하면서 상여수당을 100%로 삭감했으므로,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2심은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성격이 달라 보수총액 감소를 기준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판단해선 안 된다며 대학측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봉급이 인상돼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인상도 같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상여수당을 삭감하면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기본급을 인상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2013년 보수규정 개정은 대학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인정함에 따라 심리 대상에서 빠졌다.

대법원 “기본급 급격히 인상해 수당 감액 여지 충분”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쟁점은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보수총액의 감소’ 여부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였다. 대법원은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대가관계(연계성)’가 있으므로 상여수당 삭감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2년 취업규칙 변경 당시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감액’이 함께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비교 가능한 것에 해당하므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공무원 보수체계 개정에 따라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이 급격히 인상된 점을 고려해 상여수당을 감액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2011년 공무원보수규정이 개정돼 공무원 전체 보수액에서 봉급의 비율을 높이고 수당 비율은 낮췄다. 상여수당을 삭감하면서 기본급을 인상했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대학의 보수규정이 반드시 ‘공무원보수규정’을 따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정관이나 보수규정은 기간제 교원 기본급을 해당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에서 정한 봉급액과 연동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다”며 “피고가 2012년 취업규칙 변경 당시에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을 2012년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 봉급액에 따라 정했다는 사정만을 들어 공무원보수규정 봉급액 인상에 따라 기간제 교원 기본급도 같이 인상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간제 교원 기본급이 상여수당 삭감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인상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모호한 대법 판단, 법조계 “파기환송심 대가관계 쟁점”

대법원은 “상여수당을 감액한 2012년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본급 인상이 함께 이뤄진 경위와 대가관계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임금 수준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는지를 살피는 등 기본급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대법원 판단이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보수규정의 개편 취지를 고려해 기본급을 인상하고 상여수당을 삭감한 것인지가 파기환송심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감액을 동일 선상에 놓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대학에서는 기본급 인상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무원보수규정 개편이 상여수당을 감액한 배경으로 ‘고려’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은성 공인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는 “임금피크제와 같이 한 취업규칙 내에서 변경이 가능한 동일한 성질인지, 그렇다면 대학이 보수규정을 변경할 때 동기가 무엇인지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대학이 2심에서 사후적으로 주장했다”며 “자칫 최저임금이 오르면 상여금을 깎을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어 파기환송심에서 ‘대가관계’가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