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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설] 본회의 통과한 노란봉투법, 노동권 보장이 ‘민생’이다 등록일 2024.04.16 17:43
글쓴이 한길 조회 11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무력화하고 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묻지마 손배 폭탄’ 관행을 멈추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회는 이날 야권 주도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앞두고 이들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했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고 퇴장하면서 표결이 진행됐다.

이날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노조법 2조),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노조법 3조)을 핵심으로 한다. 노조법 2조에 규정된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로 확대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들과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원청업체의 일을 하면서도,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은 하청업체와 하도록 떠밀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할 때 귀책 사유·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해, 조합원 모두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부담하는 것을 막았다. 기업이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남발하는 것을 제한한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연일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 악영향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 사용자가 교섭 의무를 갖도록 한 것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2010년 대법원의 결정과 국제 기준을 법에 반영한 것이다. 원청업체와의 실질적 협상을 통해 극단적 투쟁의 가능성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한 시민이 거액의 손해배상금으로 고통받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그사이 감당할 수 없는 손배·가압류로 고통받으며 세상을 등진 노동자도 수십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경영계 등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민생 중심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하청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권 보장은 시급한 민생 현안이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