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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업무상 사고로 26년 하반신 마비, 극단적 선택에 대법원 “산재” 등록일 2023.03.21 14:19
글쓴이 한길 조회 208

노동자가 공사장에서 추락해 하반신 마비로 우울증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업무상 재해인 하반신 마비로 인한 우울증이 사망의 원인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018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유족이 소송을 낸 지 2년여 만이다.

1·2심, 하반신 마비·욕창·우울증과

사망 인과관계 ‘부정’

A씨는 1992년 8월 공사장에서 작업 중 추락해 ‘하반신 완전마비’ 진단을 받았다. 당시 나이는 34세에 불과했다. 이후 공단에서 산재요양승인과 장해등급 1급 결정을 받았다.

하반신 마비로 인한 후유증은 심각했다. 거동이 불편해 욕창이 생겨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고 재요양승인도 받았다. 또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신체형장애’로 재차 재요양승인을 받았고 2013년 12월부터는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던 A씨의 곁에는 항상 아내가 있었다. 그런데 2018년 7월께 아내가 늑골이 부러져 40여일간 입원을 하면서 A씨는 혼자 남게 됐다. 그 기간 욕창이 심해졌고 그해 7월 말 A씨는 다시 병원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아내가 퇴원한 지 8일 만에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이에 A씨 아내는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아내는 “A씨는 하반신 마비와 욕창으로 인해 우울증이 유발·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됐으므로, 기승인 상병인 하반신 마비·욕창·우울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2019년 7월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가 하반신 마비·욕창·우울증 등으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며 기각했다.

우울증이 호전되고 있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 소견과 사망 직후 A씨 아내의 경찰 진술이 유족 패소의 근거로 작용했다. A씨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극단적 선택 이유와 관련해 “A씨가 재작년 론볼협회 회장직에서 퇴출당해 괴로워했고, 음주운전에 단속돼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1·2심은 이 진술이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진술한 것이라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진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 중 발생한 추락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고, 오랜 기간 하반신 마비와 그로 인한 욕창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우울증이 발생했다”며 “극단적 선택 직전 욕창이 재발해 우울증이 다시 급격히 유발·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 사망 직후 아내의 진술과 관련해선 “론볼 협회 갈등은 2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극단적 선택에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사회활동에서 고립되고 이동이 제한된다는 사정은 A씨에게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론볼협회에서 퇴출됐더라도 업무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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