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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근로자 아니어도 근기법상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등록일 2023.04.03 16:40
글쓴이 한길 조회 206
대상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2. 15. 선고 2022가합70004 판결

1. 사실관계

파주 소재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망인은 상사인 골프장 경기팀 직원 B의 괴롭힘으로 인해 자살했다. 원고들은 망인의 유족들로 가해자인 경기팀 직원 B와 골프장을 운영하는 건국대학교 학교법인을 상대로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은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시에 더해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며 괴롭힘 가해자인 피고 B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피고 B의 사용자인 건국대학교 학교법인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했다.

2. 원·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캐디들을 통솔하는 권한을 가진 피고 B의 괴롭힘으로 인해 망인이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피고 B는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피고 건국대학교 학교법인에 대해 주위적으로 망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이므로 피고 법인은 근로계약서상의 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하며, 예비적으로는 설령 망인과 피고 법인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피고 법인은 망인이 산업안전보건법 77조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노무수령자로서 망인을 보호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 책임, 피고 법인의 피용자인 피고 B가 망인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 B는 망인을 괴롭힌 사실이 없으므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고 법인은 망인은 피고 법인 소속 근로자가 아니므로 근로계약에 기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설령 피고 B가 불법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피고 법인은 사무감독에 있어 상당한 주의를 했으므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3. 판결의 요지

가. 피고 B의 불법행위책임 존부

법원은 피고 B의 망인에 대한 괴롭힘이 존재했으며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으므로 피고 B의 망인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다.

나. 피고 법인의 채무불이행책임 존부

법원은 망인을 비롯해 피고 법인의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들이 어느 정도의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법인에게 노무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되나 캐디의 주된 노무 제공의 상대방은 캐디피를 직접 지급하는 골프장 이용객으로 봤다. 따라서 법원은 망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피고 법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부정했다.

다. 피고 법인의 불법행위책임 존부

법원은 피고 B가 경기 진행 중 무전으로 공개적으로 망인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나 질책을 했고 망인이 피고 B에게 항의하는 취지의 인터넷 게시판 글까지 남겼으나 피고 법인은 망인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고 법인이 피고 B에 대한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 법인의 피고 B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4.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직장내 괴롭힘은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시에 더해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법원은 2021년 11월25일 선고한 2020다270503 판결에서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위 대법원 판결은 “직장내에서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와 다른 근로자 사이의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 125조, 산업안전보건법 77조)는 사업주에 대해 경제적 종속성을 띠고, 타인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며, 주로 특정한 1인의 사업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노무를 제공하는데 사업주의 특정한 지시나 지휘·감독에 구속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노무제공자이므로(헌법재판소 2016.11. 24. 선고 2015헌바413, 41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고용인의 괴롭힘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할 경우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고용계약 당사자가 아니거나 고용계약 당사자인지 여부가 다툼이 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직장내 괴롭힘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상 판결은 고용계약이 존재하지 않아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한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구제의 가능성을 열었다.

5. 결어

대상판결은 피고 법인과 피고 B가 항소해 2심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가 근로자가 아니어도 가해자인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괴롭힌 경우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골프장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무하는 캐디의 근로자성을 또 부정했다는 점과 망인의 사망에 대한 피고 B의 사용자로서의 피고 법인의 간접적인 책임만을 인정하고, 망인의 노무수령자로서 망인의 안전 및 작업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의 존부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 2심에서는 피고 법인의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존부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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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