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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근기법에도 없는 통상해고, 엄격히 제한해야 등록일 2023.05.02 15:56
글쓴이 한길 조회 198
대상판결 :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Ⅰ. 사건의 개요

원고 일진전기 주식회사(이하 ‘원고’ ‘일진전기’ 또는 ‘회사’)는 통신사업부가 적자를 내자 2014년 사업부 폐지를 결정한다. 원고는 소속 노동자 56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신청하지 않은 인원 중 참가인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환배치 했다. 원고는 2014년 12월 29일 전환배치 하지 않은 노동자 6명(이하 ‘참가인들’)을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했는데, 해고자들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부당해고로 판정받았다. 그러자 회사는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사건 해고는 경영상해고이며, 통신사업부를 폐지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은 인정되나 경영상해고의 나머지 요건을 결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서울행정법원 2016. 6. 2. 선고 2015구합700874 판결). 반면 2심(원심)은 이 사건 해고를 통상해고로 보고,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한다(서울고등법원 2016. 12. 1. 선고 2016누50367 판결). 이에 해고 노동자들이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4년7개월 만에 이 사건 해고는 통상해고가 아니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부당하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Ⅱ.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내용

1.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에 따른 해고가 ‘통상해고’로서 예외적 정당성을 갖췄는지(쟁점1)

대법원은 “원고의 통신사업부는 다른 사업부와 독립한 별개의 사업체로 보기 어려워 원고가 통신사업부를 폐지한 것은 사업축소에 해당할 뿐 사업체 전부를 폐업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사용자가 일부 사업부문을 폐지하고 그 사업부문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했는데, 그와 같은 해고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폐업으로 인한 통상해고로서 예외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가 사업 전체의 폐지와 같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 이때 일부 사업의 폐지가 폐업과 같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는 해당 사업부문이 인적·물적 조직 및 운영상 독립돼 있는지, 재무 및 회계의 명백한 독립성이 갖춰져 별도의 사업체로 취급할 수 있는지, 폐지되는 사업부문이 존속하는 다른 사업부문과 취급하는 업무의 성질이 전혀 달라 다른 사업부문으로의 전환배치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업무 종사의 호환성이 없는지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사업의 폐지를 이유로 한 통상해고가 정당화되기 위한 요건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통상해고로서 정당성을 갖췄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며 통상해고의 증명책임 소재도 분명히 했다.

2. 이 사건 해고가 유효한 경영상해고로서 요건을 갖췄는지(쟁점2)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해고는 경영상해고의 요건을 모두 결했다고 판단했다.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법인의 일부 사업부문의 수지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인 전체의 경영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통신사업부문만을 분리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판단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원고 법인 전체의 경영상태는 양호했고, 원고의 전체 인건비 규모에서 이 사건 해고 근로자 6명이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통신사업부의 부진이 기업 전체의 존립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해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해고 무렵 기본급을 인상(9.5%)했으며, 정리해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채용 공고를 했고, 노동조합이 교대제 변경이나 임금 자진반납 방안 등을 제시했음에도 자신들이 마련한 비상경영안 관철만을 고집하는 등 해고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③ 원고의 전환배치자 선정기준은 실질적으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으로 기능했다. 그런데 위 기준에는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으며, 평가항목 간 반영비율도 자의적이다.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기준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Ⅲ. 검토 및 판결의 의의

1. 일부 사업부문 폐지가 통상해고에 해당하기 위한 기준 확립

본 사건의 핵심은 ‘사업부 폐지’가 ‘폐업으로 인한 통상해고’에 해당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경영상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만약 통신사업부를 ‘별도의 사업체’로 취급할 수 있다면 통상해고에 해당돼 노동자 해고에 제약이 없어진다. 위장 폐업이 아닌 한 폐업은 기업 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유효하고, 유효한 폐업에 따라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하는 것은 그 당연한 귀결로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4다52768 판결 등). 반면 ‘사내 일부 부서 폐지’로서 폐업이 아닌 ‘사업의 축소’로 본다면, 경영상해고로 평가돼 대법원 판례가 축적해 확립한 4개 요건(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이 다할 것 ③ 인원선발의 기준과 그 적용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발 ④ 근로자대표(노동조합 혹은 피해고자)와 충분히 협의를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전체 사업의 폐지가 아닌 사업 일부 폐지라 하더라도 독자적 사업부문의 폐지에 해당한다면, 해당 사업장의 잔존 인력을 해고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 판례들이 나오면서(대표적으로 대법원 2017. 5. 16. 선고 2017두36571, 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6다230478 판결), 일부 사업부문 폐지시 통상해고로 볼 것인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볼 것인지의 구별 및 정당한 이유 판단이 문제됐다.

이에 대해 본 판결은 ① 사업부문의 일부 폐지를 이유로 한 해고가 통상해고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②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가 사업 전체의 폐지와 같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를 이유로 한 통상해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주로 경제지)들은 “적자사업을 접는 경우에도 근로자를 안고 가라는 판결” “통상해고 규정 사문화” 등 본 판결을 폄훼하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통상해고’를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통상해고 규정 사문화’는 어불성설이다. 또한 판례가 통상해고를 일부 인정해 온 것은 사실이나, 법령상 근거가 없는 통상해고라는 개념이 과연 성립 가능한지부터 근본적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업의 일부 부문 폐지시 노동자는 자신과 전혀 관계없이 오로지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따라서 사업부문 일부 폐지를 통상해고로 인정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24조의 요건과 절차마저 건너뛰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쥐어 주는 것과 같다. 노동자측의 사정에 의하지 않은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과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 법리에 비춰 보더라도, 통상해고가 가능한 범위 또한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2.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기준 면밀화

1심은 이 사건 해고가 경영상해고로서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원심은 특이하게도 통신사업부가 독립한 별개의 사업체라고 판단하고, 통신사업부의 폐지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가 통상해고로서 정당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경영상해고라 하더라도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요건부터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언론들은 이를 두고도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두 재판부(서울고법·대법원)가 정반대로 판단해 혼란스럽다” “사법리스크, 경영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등 부정적인 견해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파기환송 판결의 탁월함은 원심판결과 비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원심은 명백히 존재하는 사실들, 즉 해고 후 신규인원을 채용했다는 점, 경영상이유에 의한 해고를 하는 기업이 당해년도에 대폭 임금인상을 했다는 점 등을 의도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해고대상자 선정에 있어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선정기준이 여러 차례의 노사 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요건에 이르러서는 아예 해당 요건에 대한 논증을 포기하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라는 요건도 충족했다고 눙치고 있다.

반면, 법인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일진전기는 매출액만 1조원에 달한다) 해고자 6명의 인건비를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임을 감안해 사회적·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설정”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법원에서 사용자의 이익 측면과 근로자의 생활 보호적 측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요구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은 대상판결이 처음인 듯하다. 또한 근로기준법 24조2항에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할 것을 규정했는데, 본 판결은 해고대상자 선정 이전인 전환배치 대상자 선정시부터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의 내지 합의,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건강상태, 부양가족의 유무, 재취업 가능성, 생계유지 능력 등)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기준과 범위를 제시한 것이다. 본 판결에서 제시한 법리들이 향후 유사 사건들에도 적용돼 확고한 기준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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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